[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지난 4일 편의점업계가 자율규약을 마련하면서 좁혀질 것으로 기대됐던 BGF리테일(CU편의점)과 점주협의회의 갈등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CU 가맹점주들은 사측이 상생협상을 결렬시켰다면서 서울 삼성동 BGF리테일 사옥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점주들은 지난 8월부터 저매출점포 구제와 위약금 없는 희망폐업 등을 요구해왔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상생안 서명을 두고 잡음까지 나오고 있어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CU 사옥 앞에서 농성 돌입한 점주들
가맹점주들은 BGF리테일의 과당출점으로 피해를 입었다면서 피해구제와 상생협약 체결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협약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서로 간의 태도 지적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결국 점주들은 지난달 29일 사측이 상생협약을 결렬시켰다면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점주들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피해점주들은 적자를 감수하면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본사는 임시방편적인 지원책들을 제시하며 회유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생협약을 위한 자리에서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점주 측 대표를 앞에 두고 볼펜을 던지며 아랫사람 대하듯 하기도 했다”며 “점주들은 하인이 아니라 동반자다. 상생협약도 본사가 일방적으로 던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점주들은 무기한 농성 돌입 전 CU 본사 앞에서 교대로 1인 시위를 했지만, 사측의 무대응이 이어지면서 농성으로 전환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전 계약기간 동안 최저임금 수준으로 실질적인 최저수익 보장 ▲폐점위약금 철폐 ▲지원금 중단 압박을 통한 24시간 영업 강제 금지 등이다.
이후 양측은 이달 4일 근접출점을 금지하는 내용의 편의점업계 자율협약이 공정위의 승인을 받으면서 극적인 화해가 기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10일 현재까지도 점주들은 농성을 풀지 않고 본사와의 상생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김상조 위원장이 농성장을 방문, 점주들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 이날 자리는 을지로위원회 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우원식 분과위원장과 이학영·제윤경 의원도 함께했다.
◇ 1년 전부터 갈등… 제자리 돌고 있는 CU와 점주들
BGF리테일과 점주들의 갈등은 1년 전부터 본격화됐다. BGF리테일은 가맹점주협의회와 4개월간의 협의를 통해 지난해 12월 1일 상생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상생안 내용이 신규 점포와 24시간 운영 점포에 지원이 치중돼 점포수와 본사 수익을 늘리기 위한 ‘꼼수 상생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가맹점주들로 구성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에 따르면 해당 상생안의 계약 기간은 1년이다. 이에 내년도 상생안을 새로 협의하기 위해 점주들과 사측은 몇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결국 지금의 사태에 이른 것이다.
여기에 더해 언론 보도에 따르면 CU 측이 점주들을 상대로 사측이 정한 상생안에 동의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측은 서명을 하지 않으면 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점주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해당 상생안은 지난 1년간 문제가 됐던 상생안을 1년 더 연장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작년도 상생안을 한 번 더 연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작년 것도 내용이 논란이 됐었고, 계속 실질적인 상생안 협약을 요구해왔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사측은 96% 점주들이 동의했다고 한다. 전자서명으로 받는 것이기 때문에 진짜 점주들의 생각은 알 도리가 없다”면서 “무기한 농성은 계속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CU 측과 점주들의 갈등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CU 측이 지난 4일 승인된 자율규약 이행 당사자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물론 알맹이가 빠진 규약이라는 지적은 있지만, 업계 스스로 상생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됐다.
한편 <시사위크>는 이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해 BGF리테일 측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