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7일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발표된 정부 카드수수료 개편안이 담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 했다. / 김경희 기자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7일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발표된 정부 카드수수료 개편안이 담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 했다. / 김경희 기자

[시사위크=은진 기자] 금융위원회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했다.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가맹점의 연 매출 기준을 현행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대폭 확대하는 것 골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내년부터 연매출 5억~10억원인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기존 2.05%에서 1.4%, 10억~30억원 가맹점의 경우 2.21%에서 1.6%로 각각 내려간다.

하지만 금융위의 영세가맹점·중소가맹점 분류 기준이 명확한 근거를 두고 있지 않은 데다, 연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상 방안이 없어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카드사 노동조합은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을 현실화하지 않으면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자들이 방출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카드사 노조는 금융위가 구성한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에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를 추천했다. 금융당국과 카드노조가 동시에 받아들일 수 있는 협상안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다. 김 교수는 지난 7일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개편안은 기본적으로 (연매출 구간) 허들이 굉장히 많아 복잡해졌다. 경제학적 기준을 두고 있는 것도 전혀 아니다. 일단은 허들을 없애고 단순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꾸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경기침체 국면에서 자영업자에게 혜택을 주는 경제정책은 별다른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위 수준이다. 2017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556만 3,000명으로 미국, 멕시코 다음으로 많다. 반면 인구수는 약 5,000만명 수준으로 세계 27위다. 인구수 대비 자영업자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교수는 “자영업자에게 그렇게 퍼줄 게 아니라 회사에 있다가 퇴직한 사람들, 인맥과 기술이 있는 40~50대에 투자를 해야 되는데 (정부가) 안 한다”고 지적했다.

- 금융위의 카드수수료 개편안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잘 한 것 같지 않다. 일단 기본적으로 허들이 굉장히 많다. 연매출 기준이 너무 복잡하다. 2012년 카드수수료 적격비용(원가) 체계를 도입한 이후 칸막이가 더 많이 생겼다. 이렇게 자꾸 허들이 생겨 ‘연매출 2억인 가맹점과 2억 100만원인 가맹점은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면 머리가 아파진다. (연매출 기준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계속 나올 것이다.”

-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사실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쪽에 수수료를 내려준 것이다. 제가 (금융위에) 물어봤다. 연매출 구간을 나눈 기준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안 하시더라. 제가 알기로는 경제학적인 기준이 있는 게 전혀 아니다. 예를 들어서 편의점 단체들은 연매출 5억에서 10억 구간에 많다. 이쪽에서 요구를 하면 10억 선에서 끊고, 우리나라 정책 숫자들이 대부분 이렇게 결정된다. 최저임금, 가맹점 수수료, 법정 최고금리 다 마찬가지다. 경제학적으로 파급효과를 계산하고 적정 수수료 이런 얘기는 전혀 없고 정치적으로 해결이 되는 것이다.

연매출 30억이면 중소가맹점 아니다. 1년에 30억원이면 월로 따지면 3억 정도, 영업일로 따지면 하루 매출 1,000만원 정도가 나오는 거다. 중국집이나 일반가맹점에서는 전혀 나올 수 없는 금액이다. 아주 큰 식당을 갔을 때 거기에서나 가능할까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연매출 구간) 기준이 제가 보기에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 ‘불공정한 수수료율 개편’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이번 개편안에는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 인상안이 빠져있다.

“금융위 개편안 발표가 나기 전에 자영업자 단체와 카드사 노조가 합의한 내용이 있었다. 그 합의문에는 (카드사와 직접 협상이 가능한) 대형가맹점의 우월적 지위를 감안해 수수료 하한선 지정을 요구하는 내용이 있었다. 그런데 (개편안에는) 그 얘기가 쏙 빠져있다. 그래서 TF 회의 때 연매출 500억원이 넘는 가맹점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니까 마케팅비용 반영비율로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더라. 현재 카드수수료 적격비용(원가) 중 (마케팅비 반영비율 상한선이) 연매출 10억원  초과 가맹점은 0.55%, 이하는 0.2%다. 단일구간으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비 반영비율을) 직선형(그래프)으로 올라가게 하면 자연적으로 500억원 넘는 쪽은 (수수료율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카드수수료 적격비용(원가)을 구성하는 6개 항목(자금조달비, 위험관리비, 마케팅비, 승인·매입비, 일반관리비, 조정비용) 중 마케팅비용의 경우 원가에 모두 반영되지 않고 상한이 적용된다. 현재 연매출 10억원 초과 가맹점의 경우 0.55%,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가맹점은 0.2%다. 현행 마케팅비용 반영비율 상한에 따르면 30억원 가맹점과 1000억원 가맹점이 동일한 비율 상한을 적용받게 돼 수수료 개편안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지적이 나왔던 이유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연매출 30억원 초과~100억원 이하, 100억원 초과~500억원 이하, 500억원 초과 등으로 가맹점을 세분화해 마케팅비용 반영비율 상한을 차등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반영비율은 아직 정해놓지 않았다. 

김상봉 교수는 카드사 노조 추천으로 금융위 '카드산업 건전화 TF'에 소속돼있다. 노조의 요구와 금융당국의 개편안을 조율하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 김경희 기자
김상봉 교수는 카드사 노조 추천으로 금융위 '카드산업 건전화 TF'에 소속돼있다. 노조의 요구와 금융당국의 개편안을 조율하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 김경희 기자

 

- 카드업계 내부 반응은 어떤가.

“카드노조가 저에게 했던 얘기 중 첫 번째는 역진성이다. 마케팅 혜택을 누리는 것은 대형가맹점이 대부분인데 마케팅 비용 부담은 전체 가맹점이 부담하고 있어 생기는 카드사 간 역진성 문제를 해소해달라는 것이다. (카드사) 사람들이 계속 명예퇴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카드사 구조는 주임-대리-과장-차장-부부장-부장-임원인데 지금 부부장이 거의 없다. 예전에는 부부장이 제일 많아서 문제였는데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부부장들이 다 명예퇴직을 해서 상황이 안 좋다는 얘기다. 또 카드사들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롯데카드는 이미 나왔고 삼성·현대카드도 나온다고 한다. 그 사람들 입장에선 산업 자체가 없어지는 문제다. 그래서 노조가 들고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 성장 중인 모바일 페이 시장과의 상관관계는 있을까.

“위축되지는 않을 것 같다. 시장이 커지니까. 카드사들도 예전에 그 걱정을 많이 했는데 모바일 페이가 보통 다 카드사들을 끼고 한다. VAN은 없어도 되지만, 카드사들이 다 들어있기 때문에 (개편안이) 핀테크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TF에서 나온 얘기 중에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 ‘유럽 같은 나라들은 우리나라처럼 카드가 발달돼있지 않다. 사실 수수료 올려도 괜찮다. 올리면 어차피 나중에 없어진다’고. 사람이 선택을 안 하면 없어진다. 일리는 있다. 이미 대체시장이 있지 않나. 제로페이나 각종 페이를 할 사람들은 하고 (수수료) 낼 사람들은 내라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제로페이를 만들었다면 이쪽 (카드수수료) 시장은 열어놔야 한다. 쓸 사람 쓰라고 하고. 하지만 제로페이는 체크카드 시장 일부를 뺏어가서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제로페이) 시장이 더 커지면 세금을 점점 더 많이 내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을 것이다.”

- 소비시장 위축으로도 이어질까.

“글쎄. 전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제일 무서운 건 소비자한테 가맹점 수수료를 매기는 건데… 저 같아도 (카드) 안 쓴다. 그러면 현금 쓴다. 하지만 혜택은 소비자가 받고 있는 셈이다.”

- 경기침체 국면에서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까.

“(효과)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이 너무 높다. 제가 카드사에 있었는데 오랫동안 은행 다니고 카드사 다니면서 노하우를 쌓았던 지점장이라면 회사를 나가서 그 자본으로 스타트업을 창업하든지 해야 할 텐데 퇴직금 받아서 닭집·커피집 하겠다는 소리를 하더라. 나이 50밖에 안됐는데. 이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 편의점 수와 닭집 수를 더하면 커피집 수가 나온다더라.

장하성 교수(前청와대 정책실장)가 잘못 생각한 게 소득주도성장은 사실 이론이 없는 것이다. 자영업자에 7조원 지원하는 걸 보고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했다. 기존에 매출세액 공제처럼 이미 나오고 있는 게 있다. 매출세액 공제는 세금을 걷어서 주는 건 아니지만 받을 때 적게 받는 것이다. 그걸 근로소득자가 메꿔야 되는 거다. 근로소득이 늘었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엔 절대 늘지 않았다. 세금·공과금 같은 비소비지출이 너무 많이 늘어서 처분가능소득이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정부가 보다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이 있다면.

“자영업자한테 그렇게 퍼줄 게 아니라 오히려 회사에 있다가 나온 사람들한테 투자를 해야 한다. 지금 청년들한테 계속 쏟아 붓고 있는데 지금 문제가 되는 건 40~50대 퇴직자들이 더 많다. 이분들은 인맥도 있고 기술도 있다. 이쪽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안 한다. 그냥 자영업자 하라는 거다. 은퇴한 사람들에 대한 대책 아무것도 없다. 실업수당 높여주고 기간 늘려주는 게 무슨 대책인가. 오히려 젊은 애들처럼 망해도 나라가 책임질 테니까 기본자금을 대준다던지 그런 식으로 기술개발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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