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하락하고 경기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채권시장이 인기를 얻고 있다. 채권 가격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채권금리는 매일 연중 최저치를 갱신하는 중이다. /뉴시스
주가가 하락하고 경기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채권시장이 인기를 얻고 있다. 채권 가격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채권금리는 매일 연중 최저치를 갱신하는 중이다.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미국에 이어 한국도 국고채의 장단기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단기채권금리가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서 장기채권금리를 따라잡은 미국과는 양상이 다르다. 단기금리와 장기금리가 모두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장기금리의 하락 폭이 조금 더 크다.

채권금리의 하락은 채권가격의 상승을 뜻한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나면서 주식 대신 채권을 찾는 인구가 늘어났다는 것, 그리고 금리 인상에 대한 중앙은행의 열의가 높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 경기전망 불안·중앙은행 불확실성 해소에 채권금리 하락

금융투자협회가 공시하는 채권금리 자료에 따르면 10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018%p 떨어진 1.816%를 기록했다(오전 기준). 거래일 기준 5일 연속 하락이며 1.79%까지 내려갔던 작년 9월 이후 가장 낮다.

채권금리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월 중순부터다. 금융투자협회는 7일 발표한 ‘2018년 11월 장외채권시장 동향’에서 “경기 둔화 우려로 중장기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9년 경제성장률을 2.5%로 추산했고, 국제적으로는 미·중 무역 분쟁의 지속과 유가 하락으로 인한 산유국 경제 둔화, 그리고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 등이 경기둔화 우려를 확산시킨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요소도 있다. 지난 11월 30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은 중앙은행의 금리 경로를 예상해 시중금리·채권금리에 실제 발표보다 먼저 반영하는데,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한국은행이 내년 초 중 금리를 다시 올릴 것이라고 짐작케 할 만한 신호가 거의 없었다.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당분간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준금리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채권금리는 떨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년 5개월 만에 금리를 인상했던 작년 12월 당시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과거 인상기를 살펴보면 시중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전에 ‘오버슈팅’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당시 나타났던 시중금리의 오름세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것은 2017년 12월과 2018년 12월에서 공통적으로 관측된 현상이다. 이는 현재 시장이 기준금리가 단기간 내에 다시 인상될 확률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 한은, 금리 추가인상 쉽지 않아

채권금리는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다. 중앙은행이 시장의 예상보다 빨리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채권금리가 반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내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다.

최근 미국 채권시장은 혼란을 겪었다. 경제성장률 전망에 물음표가 붙었고,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비둘기파적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연준은 아직까지는 ‘2019년 중 3회 인상’이라는 당초 계획을 수정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미국 장기국채금리가 단기금리에 근접할 정도로 낮아졌음에도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다.

반면 한국은행의 의중은 보다 복잡하다. 1년 만의 금리 인상을 결정했던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두 명의 소수의견이 나왔다(조동철·신인석 위원). 금리불균형 해소를 위해선 한 번의 금리 인상만으로는 부족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하는 위원들도 완화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경향이 있다.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기조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 높다.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장기간 이어진다면, 채권금리도 반등할 계기를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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