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구테헤스 UN 사무총장(가운데)이 10일(현지시각) 모로코에서 열린 세계 난민대책회의에서 회원국들에게 국제이주협약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AP
안토니오 구테헤스 UN 사무총장(가운데)이 10일(현지시각) 모로코에서 열린 세계 난민대책회의에서 회원국들에게 국제이주협약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이민자 인권 보호를 위한 국제조약의 탄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다만 참가국들의 무게감은 당초 기대보다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

UN은 10~11일(현지시각) 이틀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세계 난민대책회의를 연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안전하고 질서 있고 규칙적인 이민을 위한 국제협약’, 일명 국제이주협약(GCM)의 채택이다.

국제이주협약은 각국 정부들이 이민자 문제에 대해 공조를 약속한 첫 번째 국제협약으로, ‘어느 누구도 이민자 문제를 혼자 해결할 수 없다’는 선언 아래 이민자에 대한 정보 수집·법적 보호 강화·안전한 송환정책 마련 등 23개 목표를 담고 있다. 협약은 이번 회의에 참가한 164개국(캐나다·한국 등)의 동의를 얻어 다음 주 중 열리는 UN 총회에서 정식으로 채택된다.

다만 UN이 국제이주협약 선언문을 처음 발표했던 지난 7월 192개국이 참가 의사를 밝혔던 것에 비하면 참가국 규모는 다소 줄어든 상태다. 당시에는 협약에 반대한 국가가 미국뿐이었지만, 이번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다수의 국가들이 이민정책에 대한 입장차를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다.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강경한 반 이민정책을 펴고 있는 헝가리를 비롯해 오스트리아·불가리아·체코·폴란드·슬로바키아가 국제이주협약 채택을 거부했다. 슬로바키아와 스위스, 이탈리아는 총선에서 우파 정당이 득세하면서 정부가 의회의 동의를 얻는데 실패했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10일(현지시각) 국제이주협약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직후 신플랑드르연대와 연정이 깨져 의회의 주도권을 잃었다. 유럽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이민자 권리를 옹호해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이민자정책 문제로 기독사회당과의 연정이 흔들릴 위기에 놓여 정식 채택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UN 사무총장은 모로코 회의에서 회원국들의 국제이주협약 참여를 촉구하는데 힘을 쏟았다. 협약이 회원국들에게 이민자 친화정책을 도입하도록 강제한다는 오해에 대해 “국제이주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각국 정부들이 개별적으로 이민자정책을 도입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제공하고 국가 간 협력을 도울 뿐”이라고 설명했다. 구테헤스 사무총장은 선진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이민자 유입이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한편 “매년 6만명이 넘는 이민자들이 새 삶을 찾기 위한 험난한 여정 속에서 사망하고 있다”며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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