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이 지난 8월 인수한 한화S&C로 인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될 위기에 놓였다. /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이 지난 8월 인수한 한화S&C로 인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될 위기에 놓였다. / 한화시스템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지난 8월 한화S&C을 품으며 종합 IT‧방산기업으로 발돋움하려던 한화시스템이 난관에 봉착했다. 한화S&C의 잦은 갑질 행위로 인해 ‘하도급법 벌점제’ 도입 후 영업정지를 당하는 첫 원청 사례가 될 처지에 몰렸다.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던 인수 기업이 수익성과 늘어나는 부채로 골몰하던 한화시스템에게 오히려 짐이 되는 형국이다.

◇ ‘영업정지’ 위기로 몰아넣은 인수합병

한화시스템이 20년 만에 하도급법 벌점제로 영업정지를 당하는 첫 번째 기업이 될 위기에 놓였다. 한화S&C의 최근 관련법 위반으로 누적된 벌점이 10점을 넘으면서 영업정지 요청 대상이 된 것이다. 1998년 도입된 하도급법 위반 벌점제는 관련 벌점이 5점을 넘으면 공공입찰 참가자격 제한을, 10점을 넘으면 영업정지 요청 대상이 되도록 하고 있다.

11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이유로 최근 한화S&C에 대한 영업정지 의견을 담은 안건을 소위원회에 상정했다. 소위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국토교통부에 영업정지를 요청하는 절차를 밟는다. 지난 8월 한화S&C가 한화시스템에 인수됨에 따라 제재 대상은 후자가 된다. 또 이번 영업정지 요청 대상에는 하도급법을 반복적으로 위반한 바 있는 한일중공업도 포함됐다.

한화시스템을 상대로 한 공정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예견된 측면이 강하다. 한화S&C가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는 등 하도급법 위반으로 지난 3년간 적발된 건수만 6차례에 이른다. 지난해 공정위가 발표한 하도급 위반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공정위는 11개사를 확정해 공개했는데, 대기업 가운데서는 한화S&C가 유일했다. 지난 10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공개한 ‘하도급법 위반 벌점 현황’(2015년 6월∼2018년 6월) 자료에 따르면, 한화S&C(9.75점)는 한일중공업 다음으로 많은 벌점이 누적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수익성·재무 동반하락, 갈 길 바쁜 시스템 부문

한화시스템으로서는 자칫 혹 떼려다 혹을 붙이게 생겼다. 한화S&C의 인수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벌점 누적으로 인해 ‘첫 영업정지 대상’이라는 오명을 떠안게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한화그룹은 한화S&C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리스크 해소 차원에서 두 회사를 합병시키고, 방산과 IT 양 사업 부문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의 시스템 통합(SI) 역량을 결합해 사물인터넷(IoT)과 무기체계 첨단화 등 신규 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돌았다.

특히 합병을 통해 수익성과 재무구조 개선 등의 효과도 기대되던 한화시스템이었다. 최근 수년 사이 한화시스템은 실속 없는 성장을 이어오다 시피하고 있다. 매출 규모는 7,000억원을 넘어 8,000억원을 훌쩍 넘어섰지만, 실제 벌어들이는 수익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200억원 중반대이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41억원으로 감소했다. 그 결과 3% 수준이던 당기순이익률은 1.64%로 하락했다.

늘어나는 부채로 인해 재무부담도 커지고 있다. 2014년 81%로 관리되던 부채비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더니, 지난해 800억원대 단기차입이 이뤄지면서 184%까지 확대됐다. 한화시스템은 또 299억원 사채를 끌어다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방위사업과 연관된 일을 하다 보니 회사의 구체적인 경영 지표에 관해 외부에 공개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서 인수 직전 한화S&C(부채비율 137%)의 사정 역시 그리 여유롭지 않은 편이라, 당장 합병을 통해 시스템 부문의 재무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