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이 동해지구 수산사업소를 방문해 현지지도를 하고 있는 장면. /조선중앙TV 캡쳐
김정은 위원장이 동해지구 수산사업소를 방문해 현지지도를 하고 있는 장면. /조선중앙TV 캡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답방 가능성이 점차 작아지고 있다. “서울방문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돼야 하는 만큼 우리로서는 서두르거나 재촉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9일 브리핑 이후 관련 질의나 답변도 시들하다. 가능성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나 청와대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답방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전망이었다. 전제조건으로 여겨졌던 2차 북미정상회담이 내년 초로 연기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비핵화 협상 진전과 대북제재 완화를 바탕으로 서울정상회담을 추진하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은 수정이 불가피했다. 김 위원장과 북한 입장에서도 추가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서울답방은 부담이 크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연내 답방 성사를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 문제를 공론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감 표명에 자신감을 얻은 문 대통령은 기내간담회를 통해 “연내 답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의 직접 발언인데다가 ‘교통통제를 양해해야 한다’는 등 내용까지 구체적이어서 국민적 관심이 수직상승했다.

◇ “북한, 문재인 정부에 화난 것 같다”

하지만 북한은 현재까지 묵묵부답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2차 북미정상회담 실무논의에도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 관련한 추가조치를 기대하는 한미당국과, 영변핵시설 영구폐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원하는 북한과의 입장차가 원인으로 풀이된다. 또한 실무협상으로 풀어보려는 미국 측의 시도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해석도 있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전날 한 강연에서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에 더해 파격적인 선제조치를 (북한이)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고 미국도 그것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며 “(경험상) 실무회담으로는 결과가 나오기 어렵고 (우리가) 정상수준의 파격적인 딜을 희망해보는 것”이라고 서울답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시간표를 봐서는 연내 오기는 상당히 빠듯하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북측 인사들 사이에서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방문 당시 극진한 대접을 했음에도 협상의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인식을 북한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11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될 것”이라며 “지난 달 북한의 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 이택건 부위원장을 비롯해주요 인사들을 만났는데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화가 많이 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9.19 평양 선언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더 설득해 제재완화 또는 북미관계 정상화 등 역할을 하면서 남북관계도 제재와 관계없이 강화되는 것으로 (북한이) 인식을 한 것 같다”고 설명한 뒤 “(우리 측의) 별다른 행동이 없으니까 ‘왜 이렇게 답답하냐’ ‘결단력이 없냐’ 이런 얘기를 아주 거침없이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측에서는 남측이 미국을 설득하고 남북 경협도 촉진하고 적극적으로 해주길 바라는데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UN 안보리 제재가 살아 있는 한, 남북 관계를 더 가속화할 수가 없는 입장”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향한) 불만과 서운함, 그리고 푸대접에 토라진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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