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세종청사에서 개최된 고용노동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세종청사에서 개최된 고용노동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좋은 일자리를 늘린다는 면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며 일자리 대통령으로서 반성했다. 다만 내년도 예산은 문재인 정부의 철학이 처음으로 담긴 만큼,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고용노동부 등 부처에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오후 정부 세종청사에서 개최된 고용노동부 신년 업무보고에서 “고용노동부가 만들어낸 성과들이 많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평가는 아주 엄중하다. 적어도 고용문제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엄중한 평가라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일부 일자리의 질은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좋은 일자리를 늘린다는 면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지표로도 작년에 비해서 금년도에 일자리가 늘어나는 숫자가 굉장히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정책이 성과를 제대로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국민들은 오래 기다릴만한 그런 여유가 없다. 정부로서는 빠르게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이 며칠 전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약간의 수정은 있었지만 거의 정부안대로 통과됐다. 우리 정부가 온전히 우리 의지에 따라 편성한 최초의 예산”이라며 “일자리 문제는 내년부터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 지난 1년간 고용지표에서 나타나는 일자리 문제는 심각하다. 12일 발표된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11월 취업자 증가폭이 10만 명대를 겨우 회복했다. ‘취업자 증가폭 1만 명 이하’를 기록했던 지난 7월 이후 4개월 여 만이다. 하지만 실업자는 90만9,000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3만8,000명 늘었으며 실업률도 3.2%로 소폭 증가했다. 실업자 수만 기준으로 놓고 보면, 1999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물론 일자리의 질이 좋아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고용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상용직’ 등의 취업자 수는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저임금인상에 따라 임금근로자 상당수의 소득이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일자리 감소와 함께 소득격차가 더 심화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도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고용노동부 업무보고를 교육부와 함께 일정 첫 날에 배치한 것은 그 중요성과 심각성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 앞서 진행된 격려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현장 공무원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실제로 현장에서 체감해보니 어떤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른가.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물었고, 근로기준정책관실 김경선 서기관은 “남편의, 민간인의 말을 빌리자면 ‘가야 할 방향은 맞으나 조금 더 잘 살펴봤으면 좋겠다’ 이 정도로 말하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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