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사장이 또 다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났다. 사진 가운데는 이번에 물러난 오영식 사장. 그 뒤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연혜, 홍순만, 허준영, 정창영 전 사장.
코레일 사장이 또 다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났다. 사진 가운데는 이번에 물러난 오영식 사장. 그 뒤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연혜, 홍순만, 허준영, 정창영 전 사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11일,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8일 발생한 KTX 강릉선 탈선을 비롯해 잇따른 열차사고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다. 이로써 지난 2월 취임한 오영식 사장은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코레일 사장 잔혹사의 전철을 밟게 됐다.

◇ 임기 채운 사장 1명도 없어… 후임 인선도 진통 예고

오영식 사장을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만든 것은 강릉선 KTX 탈선 사고였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가 나진 않았지만, 자칫 대참사를 낳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심지어 황당한 수준의 관리부실에 따른 ‘인재’였음이 드러난 상태다.

코레일의 사고는 비단 KTX 탈선만이 아니었다. 지난달 20일엔 오송역 단전사고로 수백 명의 승객들이 KTX에 갇혀 공포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이를 비롯해 20일 동안 10건의 열차사고가 잇따르면서 코레일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특히 추운 날씨를 사고원인으로 지목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으로 빈축을 산 오영식 사장은 자신을 둘러싼 낙하산 논란까지 재차 수면 위로 떠오르자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3선 의원을 지내고 최고위원까지 역임한 그는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중책을 맡기도 했다. 반면, 법학과 금융경제, 경영 등을 전공하고, 국회의원 시절 주로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등 철도 관련 전문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로 인해 코레일 사장으로 거론될 때부터 낙하산 논란이 제기됐으며, 최근 연이은 사고 이후에도 낙하산 인사에 의한 ‘예고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었다.

낙하산 논란을 뒤로하고 취임한 이후엔 코레일의 묵은 난제였던 해고자 문제 및 KTX 여승무원 문제를 전원 복직 결정으로 해결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 역시 철도전문성보단 정치인으로서의 결단이 돋보이는 행보였다.

이로써 코레일은 2005년 공기업 형태로 출범한 이래 거쳐 간 8명의 모든 사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잔혹사를 이어가게 됐다. 그중에서도 오영식 사장은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한 세 번째 사장으로 남았다.

코레일은 그동안 정치적 색채가 짙은 인사가 반복되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입맛에 맞는 낙하산 사장이 투입됐고, 이로 인해 늘 갈등과 혼란을 겪어야 했다. 이는 코레일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심각한 요소였다.

하지만 이 같은 잔혹사는 쉽게 막을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코레일 후임 사장 인선 과정에서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남북철도 연결사업의 핵심 주체이자 SR과의 통합 과제를 안고 있는 코레일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물을 수장으로 선임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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