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2 09:30 (일)
[이희숙 변호사 인터뷰] "한반도 미래 결정할 시나리오 4가지 있다"
[이희숙 변호사 인터뷰] "한반도 미래 결정할 시나리오 4가지 있다"
  • 정계성 기자
  • 승인 2018.12.12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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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를 11일 서울 역삼동 한국지식정보 센터에서 만났다. /시사위크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를 11일 서울 역삼동 한국지식정보 센터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한반도가 어느 때보다 격변기라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북한의 핵도발로 전쟁위기가 고조된 지 1년 만에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답방이 논의되고 있다. 또 남북 군사당국은 군사분계선 내 GP 철수를 시작했다. 하지만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누구나 항구적 평화가 정착되길 원하지만, 또 언제 어떤 계기로 이 국면이 깨질지 알 수 없다.

그런데 각계 전문가들 23명이 함께 ‘한반도 미래 10년’을 4개의 시나리오로 나눠 구체적으로 그려봤다고 한다. 한반도 미래를 예측한 저서는 많지만,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을 도입한 것은 최초사례다. 통일전문가, 법률전문가, 경제전문가, 컨설팅 전문가, 대학원생 등 각 분야 다양한 세대로 패널을 구성해 가능한 다양한 변수를 담도록 노력했다. 연구 결과물은 내년 1월 ‘시나리오:한반도’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
미래에 예상되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시나리오별 전략적 대안을 미리 수립하는 경영 기법이다. 이는 ① 기업이 당면한 이슈 도출 ② 이슈별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추출 ③ 각 요소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요인 선정 ④ 시나리오 여러 개의 조합 ⑤ 각각의 대응전략 수립 ⑥ 시나리오들의 전개과정 모니터링 등 총 6단계로 전개된다. - 네이버 백과 발췌

집필에 참여한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를 11일 만났다. 재단법인 동천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사회적 공헌을 위해 재산을 출연해 설립한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이희숙 변호사는 동천 내에서 사회적경제와 북한이탈주민 소송대리 등 북한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변호사 활동 전 북중 접경지역에서 1년 간 지내며 한반도 문제를 현장에서 체감했다. 북한의 토지제도와 법령을 연구해, 통일 후 예상되는 부동산 통합 문제는 이 변호사의 관심사 중 하나다.

-먼저 재단법인 동천에 대해 소개해달라.
“변호사법상 변호사는 의무적으로 공익목적의 활동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변호사 개인이 체계적으로 공익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태평양을 포함해서 많은 로펌들은 사회공헌을 위한 체계들을 마련하고 있는데, 재단법인 동천은 변호사와 공익활동을 매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태평양이 최초로 만들었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기여 등 공익활동에 관심이 많은 로펌이다. 법무법인 출연으로 만들어진 재단인 만큼 법률지원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력을 보면, 로펌에 있다가 대기업 사내변호사도 했었다. 공익전담 변호사를 자처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변호사가 되면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을 한번쯤은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기독교의 영향으로 사회공헌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고 있다. 로펌에서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해서 일을 시작했는데 시간 내서 공익활동을 한다는 게 사실 쉽지 않았다. 포스코 사내 변호사 시절에는 결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공익활동 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아예 공익분야 전담으로 넘어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기회가 닿았다.”

이 변호사는 북중 접경지역에서 1년 간 생활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을 키우게 됐다고 한다. /시사위크
이 변호사는 북중 접경지역에서 1년 간 생활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을 키우게 됐다고 한다. /시사위크

-법조인들은 사실 공익적 성격이 강한 직업군이다. 그런데 요즘 이른바 사법농단으로 신뢰가 많이 무너진 것 같다. 인터뷰 목적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공익변호사로서 어떤 생각이 드나.
“법원의 문제점이 일부 드러났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측면이 있다. 외부에서 바꾸라고 해도 한계가 있고, 결국 법원 내부에서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지지부진하기 때문에 문제제기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 과거에는 판사가 판결을 내리면 억울해도 법에 따른 것으로 이해했는데,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지금은 분쟁의 최종종결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 사회적으로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법원 스스로 개선방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한반도 미래 10년에 관한 책 집필에 참여한 것으로 안다. 공익변호사와 통일, 혹은 북한이 언뜻 매치가 잘 안 되는데.
“공익변호사를 하게 되면 남북통일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다. 동천에 여러 영역이 있는데 사회주택과 북한 영역을 제가 맡고 있다. 사법시험 합격 후 연변 북중 접경지역에 1년 정도 살았다. 거기에 많은 탈북민들이 숨어있는데 잡히면 북송되기 때문에 조선족과 결혼하며 사는 분들도 많다. 최근에 여성분들의 탈북이 굉장히 많아지는데 팔려가는 분들이 적지 않다. 동천에서 활동하면서 여러 북한이탈주민들을 만나게 되고 최근에는 관련 소송지원을 하고 있다.”

-남북관계라는 게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10년을 예측했나.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이라는 게 있다. 기업의 미래 예측 경영컨설팅 기법의 일종으로, 변화되는 수치 등을 통해 우리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목표하는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방법이다. 이것을 한반도 미래에 적용해 10년 후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살펴보고, 현재 우리의 위치와 전략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했다. 그 내용들을 책으로 엮어서 내년 1월 출간할 예정이다.”

-어떤 분들이 참여했고,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됐는가.
“조정훈 아주통일연구소 소장(대통령 직속 북방경제위원회 위원)과 AT커니 심태호 파트너, 북한출신 사단법인 샌드 최경희 박사, 법무법인 강호 박찬훈 대표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이밖에도 각 분야 연구원 및 대학원생, 북한이탈주민, 세대별로는 20대에서 40대까지 다양한 멤버 23명이 모여서 약 1년 동안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토론을 통해서 변화 동인을 찾아내고 그것에 대해 또 토론을 통해 다음 모습을 찾고 구성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결과가 궁금하다. 그래서 10년 후 한반도는 어떻게 예측이 되나.
“일단 4가지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논의를 통해 한반도 미래를 결정하는 큰 요인을 축으로 설정했다. 가로축이 성장이고, 세로축은 통합이다. 성장과 통합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시나리오가 나눠진다. 성장과 통합 정도를 설명하는 요인들로는 환경, 인구, 경제, 교류 등이 있다. 예를 들어 경제성장률 증가와 남북교류 증진을 ‘성장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내용들이 소설처럼 펼쳐진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에서의 모습은 구체적으로 어떠한가.
“김구가 말했던 ‘나의 소원’이 이뤄지는 모습이다. 경제성장 측면에서는 IT, 섬유분야 발전이 얘기됐다. 섬유산업은 기술과 노동력이 결집된 산업인데 북한의 인력과 우리 측 기술이 있어 발전가능성이 크다. 또 북한은 국제사회에 신비로운 국가로 비춰지고 있어 관광분야 소재로 사용될 수 있다. 한류가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한류와 북한의 신비감을 섞은 문화관광산업 발전이 이뤄지는 모습을 상정해볼 수 있다. 남북통합 측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고 남북의 교류가 늘어나며 협력이 강화되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희숙 변호사 등 23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으로 예측한 한반도 미래 10년의 4가지 시나리오. /그래픽=이선민 기자
이희숙 변호사 등 23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으로 예측한 한반도 미래 10년의 4가지 시나리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다른 시나리오는 어떤 것이 있나.
“남북의 경제는 발전하는 반면 통합이 안 되는 모습으로 소설 ‘정글만리’를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핵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판단해 북한에 자본도 들어가고 산업도 발전한다. 그러나 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적인 발전이 아닌, 장마당 ‘전주’들을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된다. 자본가 중심의 성장이 이뤄지면서 빈부격차와 사회분열이 심화되는 결과로 나타난다. 남한도 양적 경제성장은 일어나지만, 자본집약적이고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과에 의존하면서 갈등이 많아지는 장면을 그려볼 수 있다.

북한이 철도, 자원개발 등 산업을 일으켰을 때 남한에 일감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우리생각일 뿐이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오히려 경제적 이득은 못보고, 핵문제가 완전히 해소가 안 되면서 남북 간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렇다면 가장 안 좋은 시나리오에서의 모습은.
“비유하자면 ‘남한산성’이다.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상태라는 의미다.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제재와 위협이 계속돼 전쟁위기가 높아지고,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는 북한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쌓여 정치적으로 분열된다. 북핵 위기 속 국론분열은 당연히 경제적인 부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제재로 인해 경제가 쇠락하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나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전쟁위기 가능성이 높고 재해 등 환경적인 측면에서 위기관리를 못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문제는 국제정치나 외교부분에서 나타난다. ‘남한산성’ 시나리오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국제정치 부분이다. 최근 나타나는 중미 간 무역 분쟁과 같이 대립구조 속에서 우리가 주도권이나 영향력을 갖지 못하고 휘둘리며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낸 결론과 책을 출간하게 된 목적이 있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처음 기획을 시작했을 때는 북한의 핵실험과 도발로 엄중하던 상황이었다.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지만.(웃음)

우리가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북한은 ‘경제성장’이 중요하다면 남한은 ‘통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두 가지가 조화돼야 한반도 전체의 성장과 통합으로 갈 수 있다. 북한이 성장하려면 당연히 비핵화를 통해 국제사회로 나와야 하고, 남한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 위한) 내부 통합이 중요하다. 그래서 북한에 대해서는 핵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성장의 길로 나가자는 제안과 동시에 우리 내부적으로는 사회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제안을 책을 통해 남북 양쪽에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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