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제약 황우성 회장이 경영 복귀 첫해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제약 황우성 회장(사진)이 경영 복귀 첫해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황우성 서울제약 회장이 경영 복귀 첫해부터 순탄치 못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대표이사로 복귀하며 5년만에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실적 면에서 아직까지 기대치를 밑돌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최근 육아휴직을 신청한 남성직원에 사측이 부당한 인사 횡포를 가했다는 논란까지 불거져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 오너 경영 복귀에도 실적ㆍ주가 “신통찮네”

서울제약은 1976년 황준수 명예회장이 설립한 제약사다. 독자적인 스마트필름 제조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로 유명하다.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 알약 형태인 발기부전 치료제를 필름 형태로 개발한 곳이기도 하다. 황 명예회장의 장남인 황우성 회장은 경영권을 승계받은 2세 경영인이다. 황 회장은 지난 9월말 기준 서울제약의 지분 20.4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는 2013년 전문경영인에게 대표직을 물려주며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있다가 올해 깜짝 복귀했다.

서울제약은 지난 8월 신임 대표이사로 황우성 회장을 선임했다. 그의 복귀와 함께 전문경영인인 김정호 대표는 대표이사에서 내려왔다. 김정호 전 대표는 현재 부회장으로서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제약이 전문경영인에서 ‘오너 체제’로 전환되면서, 안팎에선 기대가 적지 않았다. 대표이사 변경 공시 후 다음날, 주가가 오름세를 보인 것도 이런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강력한 오너십이 침체된 회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길 기대하는 시선이었다.

서울제약은 올해 상반기 1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14억원에 달했다. 주가 흐름도 좋지 못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서울제약은 지난해 6월 중국 수출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크게 뛰었다가 등락을 반복하며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지난해 6월 23일 종가 기준 1만6,55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년만에 35% 가까이 떨어졌다.

이에 황 회장의 리더십에 적잖은 기대가 쏠렸지만 복귀 후 5개월째인 지금, 큰 가시적인 성과는 노출되지 않는 모양새다. 올 3분기에도 서울제약의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은 이어졌다. 현재 주가는 대표이사 변경 공시 직전일과 비교하면 35%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서울제약의 주가는 12일 종가 기준으로 6,730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중동과 대만 지역 업체와 맺은 완제의약품 판매공급계약 해지 소식까지 전해지며 투자심리는 더 악화된 바 있다.

◇ “차라리 사표써라?” 육아휴직 신청 남성직원에 갑질 논란 

여기에 최근에는 예상치 못한 구설까지 불거졌다. 육아휴직을 신청한 남성직원에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최근 한 언론보도를 통해서 이런 정황이 담긴 임원의 녹취록이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서울제약 임원은 해당 녹취록에서 “차라리 마음 편하게 사직서 쓰고 평생 육아를 해. 문 닫았으면 닫았지 네 육아휴직은 안 내줄 거다”라고 말했다. 자녀 2명을 둔 이 남성 직원 A씨는 부인의 육아휴직이 끝나는 시점인 지난 9월 육아휴직을 신청했다가 이 말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해당 남직원에게 부당한 징계를 가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육아휴직을 신청을 한 후, 계약직 전환을 강요받고 부당한 징계까지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 측은 근무 태만을 이유로 이 직원에게 감봉 6월의 징계를 내렸다. 지난달 인사위원회에서 이 징계는 최종 확정됐다. 이에 반발해 A씨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에 대해 서울제약 관계자는 “육아휴직 건과 징계는 별개의 건”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제약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시기가 겹쳤지만, 이 직원의 징계와 육아휴직 신청은 무관한 일”이라며 “해당 직원의 근무태도에 문제가 지속적으로 있어, 인사조치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육아휴직 신청 과정에서 임원의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던 데에 대해선 책임을 표했다.

서울제약 관계자는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신청한 사례가 처음이었다”며 “상급자가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선 회사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해당 임원에 대해선 별도의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직원이 신청한 육아휴직은 현재 결재가 진행 중”이라며 “수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남성직원의 육아휴직에 대해 구시대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이번 논란의 발단이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제약에서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신청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점도, 이런 조직 분위기를 반증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같은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황 회장은 경영 복귀 첫해부터 무거운 발걸음을 떼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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