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영화계를 빛낸 여성 영화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일란 감독(왼쪽)과 한지민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사)여성영화인모임 제공
2018년 영화계를 빛낸 여성 영화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일란 감독(왼쪽)과 한지민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사)여성영화인모임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이 상은 지금까지 여성으로서 살아온 삶과 그 시간에 대한 지지와 응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현장에서 끈질기게 오래도록 보자는 의미인 거 같다.” (김일란 감독)

2018년 영화계를 빛낸 여성 영화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19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시상식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지난해 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엄지원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김일란 감독을 비롯해 배우 한지민·김가희 등 수상자 전원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제19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수상자는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에 김일란 감독, 제작자상에 ‘살아남은 아이’ 제정주 프로듀서, 각본상에 ‘소공녀’ 전고운 감독, 감독상에 ‘탐정:리턴즈’ 이언희 감독이 선정됐다. 연기상은 ‘미쓰백’ 배우 한지민, 신인연기상은 ‘박화영’ 배우 김가희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다큐멘터리상에는 ‘피의 연대기’ 김보람 감독, 기술상에는 ‘공작’ ‘리틀 포레스트’ ‘1987’ 최은아 음향편집기사, 홍보마케팅상에는 ‘암수살인’ ‘공작’ ‘1987’ 앤드크레딧이 수상했다.

한지민은 ‘미쓰백’으로 네 번째 트로피를 품에 안게 됐다. / 해당 영화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제공
한지민은 ‘미쓰백’으로 네 번째 트로피를 품에 안게 됐다. / 해당 영화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제공

한지민은 이번 수상으로 제3회 런던동아시아영화제 여우주연상, 제2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 제39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에 이어 네 번째 트로피를 품에 안게 됐다.  ‘미쓰백’에서 한지민은 험난한 세상에 상처받았지만 강인함을 간직한 백상아로 분해 큰 사랑을 받았다. 과감한 외적 변신뿐 아니라 한층 깊어진 감정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특히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얼굴로 과감한 도전을 택했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지민은 “의미 있는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라며 “‘미쓰백’이라는 영화를 선택하고 연기하는 내내는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진심을 무조건 잘 전달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영화가 개봉한 뒤 비로소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 배우인지 깨닫게 됐다”면서 눈물을 보였다. 이어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여성 캐릭터가 주체적으로 보이는 영화가 적다 보니 이런 캐릭터를 맡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한지민은 “다른 작품에 비해 여성 스태프들이 많은 보기 드문 현장이라고 생각을 했다”라며 “그분들과 함께 이 상을 나누고 싶고 그런 현장이 보기 드문 현장이 아니라 자주 만날 수 있는 현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성 영화인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다양성을 갖고 만들 수 있도록 저 역시 묵묵히 연기를 해내는 배우가 되겠다”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배우 김가희가 영화 ‘박화영’으로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해당 영화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제공
배우 김가희가 영화 ‘박화영’으로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해당 영화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제공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김가희는 영화 ‘박화영’에서 박화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박화영은 가출 청소년들이 드나드는 집의 주인이면서 ‘엄마’를 자처하지만 진짜 친구는 아무도 없는 외로운 인물이다. 김가희는 캐릭터를 위해 체중을 20kg 이상 증량했을 뿐 아니라 담배를 입에 물고 거친 욕설을 내뱉는 등 파격적인 여성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김가희는 “전대미문의 여성 캐릭터를 뽑는다는 공고를 봤을 때 모든 신인들이 탐내면서도 두려워했었다”라며 “그 캐릭터를 감사하게도 제가 하게 됐다. 걱정이 앞섰지만 저만의 노력이 아닌 많은 배우들의 혼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박화영이 돋보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탐정:리턴즈’ 이언희 감독(왼쪽)과 ‘소공녀’ 전고운 감독이 각각 감독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 (사)여성영화인모임 제공
‘탐정:리턴즈’ 이언희 감독(왼쪽)과 ‘소공녀’ 전고운 감독이 각각 감독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 (사)여성영화인모임 제공

감독상을 수상한 이언희 감독은 지난해 ‘미씽: 사라진 여자’를 통해 미스터리 장르를 선보인데 이어 올해는 ‘탐정: 리턴즈’로 코믹과 액션 장르에 도전, 여성 감독들이 장르 영화에 취약하다는 편견을 깼다. 이언희 감독은 “엄지원 배우가 ‘탐정: 리턴즈’를 연출한다고 했을 때 신기해했었는데 저도 이렇게 상까지 받게 될 줄 몰랐다”라며 “이 영화로 여성영화인들이 주시는 상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진심을 전했다.

전고운 감독은 ‘소공녀’로 각본상을 받았다. 그는 답답한 현실에서도 자신만의 삶이 확고한 미소(이솜 분)를 통해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완성하며 호평을 받았다. 전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는 걸 정말 싫어하는데 각본상을 주셔서 너무 양심에 찔린다”라며 “더 분발하고 노력해서 다양하고 재밌는 여성캐릭터들을 많이 만들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여성영화인들과 함께 상을 받게 돼서 진심으로 영광이고, 올해도 너무 수고하셨다”고 덧붙여 훈훈함을 자아냈다.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은 영화 ‘공동정범’을 연출한 김일란 감독이 수상했다. /해당 영화 포스터, 엣나인필름 제공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은 영화 ‘공동정범’을 연출한 김일란 감독이 수상했다. /해당 영화 포스터, 엣나인필름 제공

마지막은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김일란 감독이 장식했다. 그는 다큐멘터리 영화 ‘공동정범’을 통해 용산참사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국가폭력의 흔적을 조명했다. 김일란 감독은 “수상소감에 대한 부담이 컸는데 도저히 멋진 수상소감이 생각나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감독은 “다만 이 상이 저에게 너무 기쁜 상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유난히 더 기쁜 이유는 작품에 대한 상이기도 하지만 이 상은 제가 지금까지 여성으로서 살아온 삶에 대한 지지와 응원인 것 같다. 앞으로 끈질기게 현장에서 오래 보자는 의미인 것도 같아 남다르게 기쁘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또 그는 “한 달 후면 용산참사 10주기다”라며 “아직도 용산참사의 진상규명이 되고 있지 않은데 이 상을 계기로 용산참사 진상규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를 덧붙였다.

올해로 19회째를 맞이한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시상식은 매해 가장 뛰어난 성과와 전문성, 활발한 활동을 보여준 여성영화인들에게 상을 수여한다. 올해는 2017년 11월 6일부터 2018년 11월 5일까지 개봉한 영화를 대상으로 최고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여성영화인상과 연기상을 비롯, 제작자상·감독상·각본상·신인연기상·기술상·다큐멘터리상·홍보마케팅상 등 총 9개 부문의 시상을 진행했다.

각 부문의 수상자는 여성영화인모임 이사들로 구성된 후보선정위원회에서 선정됐다. 연기상의 경우 후보선정위원회에서 선정한 후보를 여성영화인모임 이사진과 소속 회원들이 투표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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