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GRS가 지난 13일부터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의 일부 제품 가격을 동시에 인상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남영역 인근의 롯데GRS 본사. / 뉴시스
롯데GRS가 지난 13일부터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의 일부 제품 가격을 동시에 인상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남영역 인근의 롯데GRS 본사. /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롯데그룹의 외식 프랜차이즈 계열사 롯데GRS에 탐탁지 않은 눈길이 보내지고 있다. 주력 브랜드인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의 동시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경영실적 악화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롯데리아·엔제리너스 ‘쌍끌이’ 인상

고삐 풀린 물가 인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또 다시 달갑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롯데GRS가 자사의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커피의 가격을 동시에 인상한 것이다. 13일부터 롯데리아는 버거 11종에 대한 판매 가격을, 엔제리너스는 아메리카노 등 17종의 커피류를 평균 2.7%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 바 있는 롯데리아는 1년 만에 다시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엔제리너스는 올해 연말 비슷한 가격대의 커피전문점 가운데 가격을 올린 유일한 업체다. 실질적인 경쟁사인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모두 원유값 인상에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중저가대 브랜드인 이디야가 일부 품목의 가격을 인상하기로 한 게 유일하다. 다만 커피빈코리아가 올해 초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롯데GRS가 소비자들이 민감해하는 햄버거와 커피 두 품목의 가격을 동시에 인상하기로 한 건 최근 처한 회사 사정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두 브랜드 이외에도 크리스피크림 도넛, TGI프라이데이스 등의 외식과 컨세션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롯데GRS는 3년째 당기순손실을 이어오고 있다.

◇ 심화되는 경영난… 가격인상으로 만회?

지난해 롯데GRS는 76억원의 영업손실과 15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전년 대비 61% 증가했다. 2015년부터 지난 3년간 누적된 당기순손실 385억원에 이른다. 매출 하락도 동반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GRS는 1조896억원의 연매출을 달성했는데 이는 지난 5년 이래 최저 금액이다.

롯데GRS의 이 같은 현주소는 주력 브랜드들의 부진과 맥이 닿아있다. 간판격인 롯데리아는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후발업체인 맘스터치와의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8월 기준 롯데리아(1,341개)와 맘스터치(1,142개)의 점포수 격차는 200여개에 불과하다. 엔제리너스도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2015년 891개에 달했던 매장 수는 지난해 749개로 감소했다.

이마저도 심화되는 가맹점 이탈을 직영점으로 메우고 있는 형국이다. 같은 기간 엔제리너스의 직영점은 78개에서 102개로 30.7% 증가한 반면, 가맹점은 813개에서 647개로 20.4% 축소됐다. 또 롯데GRS는 2011년에 롯데푸드로부터 넘겨받은 나뚜루를 7년 만에 다시 양도했는데,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나뚜루 육성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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