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원형탈모 증상을 앓고 있다. 홍영표 원내대표가 “초창기 때와 비교해 굉장히 초췌해졌다”는 게 민주당 출입기자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임기를 마치고 한국당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김성태 의원은 “홍 원내대표가 감기몸살도 앓고 있다는데 저 때문에 고생이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 청와대 눈치보랴 야당 설득하랴 동분서주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는 굉장히 중요한 자리다. 정부의 국정운영을 국회에서 뒷받침하며 여야 협상을 통해 법안들을 처리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와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관심사가 ‘당대표’ 보다 ‘원내대표’에 더 쏠린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여당의 원내대표라고 해서 무조건 청와대와 주파수를 맞출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법안처리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야권과 협상을 해야 하는데, 정부의 입장만을 관철시키려 할 경우 파행되기 십상이다. 지난 정부 당시 ‘친박’임을 자처했던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협상을 꺼려했던 민주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원내대표였던 우원식 전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무조건적인 반대에 울분을 터뜨리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청와대의 의사를 배제하고 독단적으로 협상을 했다가는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 ‘배신의 정치’라고 매도당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던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였던 공무원연금개혁을 처리하면서 대통령령 등 정부 시행령의 국회 심사권을 합의해줬다가 대통령의 분노를 한 몸에 받아야 했다.

◇ 국정운영에 무한책임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달래는 것도 여당 원내대표의 몫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라고 해도 개별 의원들의 생각과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정부에서 처리했던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 최저임금산입범위 확대 등은 민주당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특히 여당 의원의 반기는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을 더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원내대표는 파열음이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소방수 역할까지 해야한다. 청와대와 야당 지도부, 여당의원 등 눈치봐야할 대상이 많은 자리가 집권여당 원내대표인 셈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야당의 원내대표는 대여투쟁 하나만 신경쓰면 된다. 여론의 힘을 받아 집권당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양보 받는 게 목표”라며 “법안처리가 지지부진해 국정운영이 어려워지면 그 책임은 기본적으로 집권당에 있다. 따라서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하는 여당의 원내대표는 야당과 달리 유연하고 중립적인 인사가 맡는 것이 정부여당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위기극복을 위해 스타일에 맞는 독특한 협상법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다. 이완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경우 ‘버티기’로 유명하다. 처음에 설정한 양보 가능한 범위에서 후퇴하지 않고 야당이 제풀에 지칠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렸다. 야권에서는 ‘불통’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뚝심의 이완구’라는 별칭을 얻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정진석 전 새누리당 대표는 ‘돌격대장’ 스타일일 것이라는 여타의 예측과 달리 속내를 종잡을 수 없는 방식으로 야권을 혼란케 했었다.

막강한 권한과 책임이 주어지는 원내대표지만 법령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은 없다. 국회법상 명칭은 ‘교섭단체대표의원’이며 각 정당이 구미에 맞게 직책의 이름을 정할 수 있다. ‘원내대표’라는 이름이 사용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며 이전까지는 원내총무라는 이름이 더 널리 사용됐다. 총수 중심의 정당구조를 탈피하고 원내정책정당으로의 발전을 위해 원내총무를 격상시킨 것을 원내대표의 시초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