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정계 입문은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그와 비교되는 고건 전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 뉴시스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정계 입문은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그와 비교되는 고건 전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지지율이 보수진영에서 안정권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9월 초 저서 <황교안의 답> 출판기념회를 열 때만 해도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밀리는 모습이었으나, 공개 행보를 시작한 이후 선두로 올라섰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황교안 전 총리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오차범위 내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부상했다. 일각에선 황교안 전 총리의 독주를 예상했다. 보수진영에서 그를 뛰어넘을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 “나는 인사청문회 거친 검증된 후보”

실제 황교안 전 총리는 보수진영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평가된다. 사법고시 합격과 공안검사 출신이라는 점이 투철한 국가관·안보관으로 해석됐고,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이력은 국정운영에 안정감을 줄 것으로 기대감을 모았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무리 없이 소화하면서 보수진영의 신뢰를 얻었다는 후문이다. 여기서 국정농단 사건의 책임론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 2인자로서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법적 책임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단 황교안 전 총리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신이 보수진영 대선주자 1위로 오른데 대해서도 “보수 주자들이 응당 해야 할 일을 못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대권 도전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게 아니었다. 대권 행보에 나선지 20여일 만에 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처럼 중도하차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대해 “나는 인사청문회 두 번이나 했다.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던 분들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복수의 야권 인사들이 조선일보에 밝히면서 알려진 얘기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지율을 어떻게 유지해나가느냐다. 황교안 전 총리와 비교되는 고건 전 총리의 경우 신드롬이라 부릴 만큼 국민적 인기를 받았으나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앞서 고건 전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수행하면서 단번에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50% 이상의 답변을 이끌어냈던 그다. 하지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불출마였다. 현실정치에 대한 경험 부족과 정치적 기반이 없다는 게 발목을 잡았다. 황교안 전 총리와 같은 상황이다.

정치 신인에게 정치적 기반은 중요하다. 지난 대선에서 대중적 인지도와 높은 경쟁률을 가졌던 반기문 전 총장도 연이은 구설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이 없었다는 점에서 더 큰 타격을 받았다. 훗날 반기문 전 총장은 측근들에게 “정치권에 대한 절망과 환멸을 느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반면교사다. 황교안 전 총리에겐 대권행으로 가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다. 이에 따라 내년 2월에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황교안 전 총리가 출마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당권을 잡아야 조직 형성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황교안 전 총리의 정계 입문은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그가 당권과 대권 도전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치권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 접촉면은 친박계와 더 가깝다. 친박계는 본격적인 세력 규합에 나서면서 간판으로 황교안 전 총리를 내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황교안 전 총리로선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친박계와 손잡을 경우 정치적 기반은 확보될 수 있지만 여론의 반응은 장담할 수 없다. 그는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여러 이야기를 잘 듣고 있다. 여러 생각을 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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