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대한법률구조공단 정상화 및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지정토론자들. (왼쪽부터)유근성 변호사, 정한중 교수, 서범석 변호사, 양홍석 변호사, 김진우 변호사, 김기원 변호사. /조나리 기자
14일 오후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대한법률구조공단 정상화 및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지정토론자들. (왼쪽부터)유근성 변호사, 정한중 교수, 서범석 변호사, 양홍석 변호사, 김진우 변호사, 김기원 변호사. /조나리 기자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대한법률구조공단(이하 공단)의 병폐와 내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짚고, 개혁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공단은 전임 이사장 해임과 신임 이사장의 변호사 계약직 채용 추진 등으로 올 한 해 내내 시끄러웠다. 지난 3월 공단 변호사 19명은 공단 내 첫 변호사노조를 설립하고 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이후 변호사노조는 법조계에서는 잘 알려진, 그러나 국민들은 알지 못하는 공단의 문제점을 알리며 관심을 호소해왔다. 이날 토론회는 변호사노조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학계, 대한변호사협회,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한국법조인협회 등 100여명의 변호사들이 참여해 공단에 대한 문제와 개선안 등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

변호사노조 “공단, 인력구조 수입구조 모두 문제 있어”

공단 소속 변호사노조는 14일 오후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대한법률구조공단 정상화 및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지정토론에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한중 교수와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서범석 변호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양홍석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이사 김진우 변호사 및 한국법조인협회 운영위원 김기원 변호사가 각각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첫 주체발표에 나선 유근성 변호사노조 부위원장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벌이지고 있는 공단 내 인력구조의 문제점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유 부위원장에 따르면 공단의 한 해 예산은 1,000억원으로 50%는 국가예산, 50%는 자체세입으로 충당한다. 자체세입이란 소송대리에 따른 변호사 보수다.

공단 예산의 대부분은 인건비에 들어간다. 그러나 기본급만 충당되고 호봉상승이나 임금상승분은 지원되지 않아 그 비용도 자체세입으로 충당해야 한다. 즉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소송대리를 많이 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는 저소득 층 사회적 약자들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단의 본래 설립 취지에도 반한다는 지적이다.

유 부위원장은 “더 심각한 것은 자체세입을 늘리기 위해 많은 소송대리를 해야 하는데 정작 소송대리를 하는 변호사 충원은 소극적인 상황”이라며 “반면 일반직군은 계속 늘어 변호사보다 많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일반직 상담위원이라는 이름으로 인력을 채용하면서 정년퇴직한 일반직을 채용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공단 설립 당시인 1987년 공단 내 구성원은 상임임원 4명, 변호사 118명, 일반직 178명, 서무직 168명이었다. 그러나 2017년 기준 공단의 구성원은 상임임원 2명, 변호사 108명, 일반직 457명, 서무직 142명 등이다. 이 같은 문제는 법무부에서도 줄곧 지적을 해왔지만, 공단의 비효율적 인력 구조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

또한 공단은 면접과 전화를 통해 법률상담을 하는데, 대부분의 법률상담을 비변호사인 일반직 직원들이 수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는 고객만족도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유 부위원장은 “‘2017년 대한법률구조공단 고객만족도 조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법률상담에 대한 불만으로는 전문성 부족, 불친절 등이 다수를 차지한다”면서 “반면 변호사 업무인 소송대리에 대한 불만은 신속하지 못한 업무처리, 피드백 부족 등이 꼽히고 있어 인력부족에 따른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공단의 예산 책정을 일반직 부서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변호사들의 고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서 “공단이 특정 직렬의 조직확대만 매몰되지 않고 취약계층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최봉창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노조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조나리 기자
최봉창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노조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조나리 기자

“지금까지 문제 방치한 공단 변호사들도 책임 있어”
“중산층까지 구조하는 공단, 설립 취지에 반해”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단 내 변호사들을 향한 쓴소리도 나왔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양홍석 변호사는 “과거 공단에 몸 담았었던 때도 지금과 같은 문제들이 제기됐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인 것은 변호사들이 개혁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왜 공단에서 변호사들이 더 늘어야 하는지, 왜 일반직군이 법률상담을 하는 게 안 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이사장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다. 지금 이사장은 일반직군 직원도 법률상담을 할 수 있다, 없다는 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이사장은 공단의 법률서비스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양홍석 소장은 “그럼에도 공단은 예산과 인력, 조직, 명칭 등 모든 면에서 독점하고 있어 방만한 운영과 비효율적인 시스템이 고착화됐다”면서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구조대상별, 지역별, 활동 내용별로 새로운 법률구조법인 신설을 통해 효율적인 구조활동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는 그간 공단에 대한 일선 변호사들의 부정적인 인식과 구조대상 확대에 따른 문제들을 중점적으로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서범석 변호사는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공단이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정”이라며 “심지어 일선 변호사들이 ‘나도 구조 대상’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특히 공단은 개인회생파산이라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분야까지 다루고 있는데 비변호사의 상담으로 자칫 의뢰인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현행법상 구조대상자를 공단이 정하도록 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구조대상자의 범위를 입법사항으로 명시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단의 구조대상 확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한중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공단은 중산층도 포함시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는데 본래 취지와 달리가는 것”이라며 “최근 변호사가 늘면서 대부분 변호사가 직접 법률상담을 하고 있는 반면 공단만 사건과다와 인력부족으로 일반 직원들이 상담을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공단의 시급한 개선 방안으로 독립성 확보를 강조했다. 정 교수는 “현재 공단은 법무부 감독 하에 있는 특수법인으로 이사장을 법무부장관이 임명하고 각종 사업에 대해서도 법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서 “이는 독립적이고 치계적인 법률서비스 체계를 형성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개선을 주문했다.

이어 “해외 사례를 보면 의뢰인들에게 자력에 상응하는 비용을 부담하게 해 불필요한 구조신청을 억제하고 있지만, 우리는 의뢰자의 자력과 무관하게 사건의 청구 가액에 따라 비용을 산정하는 등 행정 편의적으로 비용을 조달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이제는 법률복지 및 사법복지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법률가뿐만 아니라 국회와 정부의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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