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어느덧 보름 밖에 남지 않았다. 여러모로 큰 변화가 찾아온 역사적인 한 해가 어김없이 저물고 있다. 이맘때는 한 해를 돌아보며 더 나은 미래를 다짐하는 시기다. 돌이켜보면, 올 한 해도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많은 사건사고와 논란이 있었다. 그중엔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는 문제들도 적지 않았다. 모두가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다. 2019년엔 반드시 이별해야할 우리사회의 고질병을 진단해본다.

모두가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아는 음주운전이지만, 이에 따른 희생은 계속되고 있다.
모두가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아는 음주운전이지만, 이에 따른 희생은 계속되고 있다.

[시사위크=정수진 기자] 2018년 11월 9일. 20대 초반의 젊은 청년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명문대 재학 중 카투사로 군 복무 중이던, 앞날이 밝은 청년이었다. 그런 그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다름 아닌 음주운전이었다.

고(故) 윤창호 씨는 지난 9월 휴가 중 부산 해운대를 찾았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느닷없이 치였다. 이후 뇌사상태에 빠진 그는 끝내 11월 9일 사망했다. 윤창호 씨를 덮친 차량의 운전자는 혈중 알코올농도 0.181%의 만취 상태로 운전 중이었다.

음주운전으로 인해 허망하게 소중한 벗을 잃은 윤창호 씨의 친구들은 특별한 방식으로 그를 추모했다. 음주운전 관련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 개정안을 직접 만들어 입법을 추진한 것이다. 윤창호 씨의 안타까운 사연과 친구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국민적 관심을 받았고, 결국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윤창호법’은 좀처럼 끊이지 않는 우리 사회 음주운전에 대대적인 경종을 울렸다. 하지만 법안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윤창호 씨의 죽음과 친구들의 노력이 무색해지고 있다.

‘윤창호법’이 한창 추진 중이던 지난 10월 31일. 발의안에 이름을 올린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은 면허정지 수준으로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가 적발됐다.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며 목소리를 높였던 국회의원이 음주 상태로 운전대를 잡은 사건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뿐만 아니다. 윤창호 씨 이후에도 음주운전으로 인한 안타까운 희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광진구의 한 고가차도에서는 승용차 한 대가 중앙분리선을 넘어 맞은편에서 오던 경차 및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차량의 운전자는 면허정지 수준의 음주 상태였으며, 이 사고로 택시 운전자가 사망했다.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제2, 제3의 윤창호 씨가 음주운전에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한 설문조사 결과도 우리 사회에서 왜 음주운전이 근절되지 않는지 잘 보여준다. AXA손해보험이 전국의 운전면허 소지자 1,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95.4%는 ‘술을 2잔 이상 마신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이 ‘그 자체로 위험하다’고 답했다. 또 ‘술을 4~5잔 이상 마신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99%가 ‘그 자체로 위험하다’고 답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8.2%가 술을 2잔 이상 마신 후 운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술을 4잔 이상 마신 후 운전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도 2.6%였다. 음주운전이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정작 실천은 하지 않는 것이다.

더 이상의 희생도, 더 이상의 경종도 필요치 않다. 음주운전이 그 자체로 잠재적 살인 행위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아는 것을 실천만 하면 된다. 부디 2019년엔 음주운전으로 인한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질 않길 바래본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