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표 및 원내대표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촉구를 위한 야3당 농성 해단식'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표 및 원내대표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촉구를 위한 야3당 농성 해단식'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정치와 구태 이념정치를 개혁하는 첫걸음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7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했던 발언이다. 바른미래당을 비롯해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 소수정당들은 "현행 선거제도가 비례성이 담보되지 않아 거대양당제를 고착화하고 있다"며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야 3당이 말하는 연동형 비례제가 '원내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당리당략'이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행 선거제를 낡고 구태한 제도라고 말하는 것도 몰아가기식 주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 비례성 높아야만 정치혁신?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현재 다수대표제 중에서도 한 지역구에서 한 명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와 정당 득표율에 따라 47명(20대 국회 기준)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뽑는 혼합식 선거제도, 그중에서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택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최대한 비슷하게 맞춰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 배분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따라 도입될 경우 현행보다 비례대표가 늘어나게 된다.

그나마 우리는 병립형으로라도 비례대표를 뽑고 있지만 영국이나 미국, 프랑스 등 선진 민주주의 국가는 철저하게 소선거구제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비례대표를 늘리고 비례성을 늘리는 것만이 정치혁신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이유다.

영국은 650명으로 구성되는 하원이 모두 지역구 소선거구제에 의해 선출되고 있다. 미국 역시 상원 100석과 하원 435석 모두가 지역구에서 선출된다. 대혁명을 통해 근대민주주의의 서막을 열었던 프랑스도 상원 348석과 하원 577석 모두를 지역구에서 선출하고 있다. 비례대표는 없지만, 이들 국가가 우리나라보다 '정치후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야 3당이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핵심 근거 중 하나는 비례성 담보다. 지난 5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행한 '혼합식 선거제도 국가의 비례성 비교와 시사점'에 따르면, 연동형 비례제를 택하고 있는 나라의 '불비례성'이 병립형 비례제를 택한 나라보다 대체로 낮게 나온 것은 맞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의 불비례성을 낮추는 방식이 꼭 연동형이어야만 할 필요는 없다는 점도 알 수 있다.

특히 우리와 유사한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택하고 있는 나라 중 멕시코와 대만, 베네수엘라는 우리보다 불비례성이 낮게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 소선거구제·중대선거구제, 분배방식 등에 따라 불비례성은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영국·프랑스 사례처럼 우리의 불비례성이 멕시코·대만·베네수엘라보다 높다고 우리나라가 이들보다 정치후진국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5월 발행한 '혼합식 선거제도 국가의 비례성 비교와 시사점'. 연동형 비례제와 병립형 비례제를 택한 국가의 '불비례성' 등이 나타나 있다. / 국회 입법조사처
국회 입법조사처가 5월 발행한 '혼합식 선거제도 국가의 비례성 비교와 시사점'. 연동형 비례제와 병립형 비례제를 택한 국가의 '불비례성' 등이 나타나 있다. / 국회 입법조사처

◇ 쉽고 명확한 소선거구제 장점도 뚜렷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한 사람이 당선된다'는 소선거구제는 유권자가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1948년 1대 총선 이후 중선거구제를 도입했던 9~12대 총선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어 익숙하다. 특히 지역구 의원의 의정 활동에 따라 유권자가 직접 심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책임정치의 원리가 가장 잘 실현될 수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흔히 '롤모델'로 삼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제의 경우 독일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비례대표는 정당에서 후보자를 선정하고 정당 득표율에 따라 1번부터 당선된다는 점에서 '내 손으로 뽑는다'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무엇보다 비례대표의 '밀실 공천'은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목받아 왔는데, 여기에 돈을 내고 산다는 '전(錢)국구' 의원이라는 비아냥과 비례의원들이 계파정치에 악용된다는 비판이 이어져왔다.

연동형 비례제가 현행 선거제도보다 다양한 국민들의 요구를 담기 좋다는 점에는 대다수가 동의한다. 다만 안정적인 정당제도를 갖추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현행 선거제도가 유지된 것은 그만큼 장점도 있다는 것인데, 이를 모두 구태로 규정한다면 '당리당략'이라는 반발도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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