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해외에서 음성로밍 통화를 요금 걱정 없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17일부터 제공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 홈페이지
SK텔레콤이 해외에서 음성로밍 통화를 요금 걱정 없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17일부터 제공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 홈페이지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SK텔레콤이 여덟 번째 고객가치 혁신에 나섰다. 해외 통화를 전면 무료화 했다. 앞으로 SK텔레콤 고객들은 ‘T전화’를 통해 해외에서 한국에 있는 상대방과 무료로 통과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를 통해 SK텔레콤의 로밍 사업 수익은 감소할 전망이다. 그러나 전략은 있다. 고객의 데이터 사용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고객에겐 편의와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자사 상품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전망이다. 

◇ ‘SK텔레콤 고객’만 해외에서 무료로 전화 쓴다

SK텔레콤이 해외 음성로밍 통화 무료 시대를 열었다. 로밍 서비스를 시작한지 22년 만의 성과다. 해외 음성망을 이용하는 기존 방식이 아닌 데이터 기반의 방식을 사용한 결과다. 해외 데이터 망과 국내 음성 망을 연동하는 기술 방식을 도입해 ‘플랫폼’ 기반으로 로밍 서비스를 전면 수정했다. 이 플랫폼은 ‘T전화’다. 

SK텔레콤 고객은 T전화로 해외에서 한국에 있는 상대방과 무료로 통화할 수 있게 됐다. 단, 조건이 있다. ‘데이터로밍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해외 출국 시 데이터로밍 요금제에 가입하고, 해외에서 T로밍 앱을 통해 전화를 걸면 되는 방식이다. T로밍 아시아패스, T로밍 한중일패스, T로밍 미주패스 3GB 등 총 34개 데이터로밍 요금제에서 사용 가능하다. SK텔레콤은 고객이 제공 데이터를 부담없이 쓸 수 있도록 통화에 사용되는 데이터 이용량을 차감하지 않는다. 서비스를 17일부터 제공한다.

로밍고객은 해외에서 한국으로 발신하는 통화와 한국에서 걸려온 통화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로밍고객이 T전화만 이용하면 통화 상대방의 가입 통신사도 상관없다. SK텔레콤은 자사 고객들의 편의와 혜택을 위해 이번 로밍 서비스를 공개한 만큼 타 통신사 고객과의 통화도 가능하도록 설정했다는 입장이다. 또 상대방은 T전화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해외에서 한국간 음성통화는 물론, 고객이 현지에서 현지로 발신하는 통화요금도 무료다. 예를 들어 미국 로밍 고객이 T전화로 현지 식당, 숙소에 전화하거나 함께 여행 온 일행과 통화시 발생하는 음성요금 모두 해당된다. 현지 내 로컬 통화의 경우 데이터 기반이 아닌 일반로밍 방식을 이용하지만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해 무료화를 결정했다고 SK텔레콤은 설명했다.

◇ 국감서 질타 받은 뒤 곧바로 수정… 1년 만의 해결책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로밍 서비스의 문제를 인지한 후 내놓은 해결책이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3월과 9월에도 개편된 로밍 서비스를 공개하는 등 지속적으로 개선에 나섰다. 이번에는 당시 지적된 데이터 사용량 별도 표시 등의 문제까지 해결했다. 

지난해 10월 12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로밍 요금제 폭리 문제를 지적받은 바 있다. 당시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공항에서 9,900원에 데이터 로밍을 하는데 그게 하루에 100MB(메가바이트)만 제공된다는 것을 아느냐”며 “제발 가격을 현실적으로 낮춰달라. 서비스를 최소 데이터 1GB로 맞춰달라”고 말했다. 

이에 박정호 사장은 “해외로 나가는 순간 그 나라 망을 쓴다”며 “그 나라 사람들이 쓰는 요금과 비교해 정산한다. 계약을 맺은 통신사 망이 아닌 타사 망을 쓴 경우 별도의 과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 로밍은 많은 사업자들과 협의해서 개선이 될 수 있도록 나서겠다”고 답했다. 

또, 데이터 사용량 고지 방식도 고쳤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데이터 100MB를 다 쓰면 문자가 와서 5,500원을 내고 더 구매하라고 한다”며 “아주 기분이 나쁘다. 더 쓰라고만 문자가 오는 것 아니냐. 다 쓰기 전에 고지를 해달라”고 질타했다. 박정호 사장은 “소비자들이 데이터 로밍을 정확히 알고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SK텔레콤은 T전화 앱 내에 데이터 잔여량을 확인할 수 있는 대시보드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고객은 해외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 사용량 확인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데이터 추가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스스로 사용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 로밍 수익 감소, ‘데이터’로 상쇄한다

SK텔레콤은 이번 T전화 서비스를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 유영상 MNO사업부장은 “경쟁사에서도 로밍 혜택은 있다”며 “로밍 이용 시 음성 서비스 혜택을 주고 있지만 일부 국가에 한한다. 또 요금도 존재한다. 결국 우리 서비스와 비교가 불가하다.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이런 서비스가 출시된 사례는 없다. 세계 최초”라고 강조했다. 

다만,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수익이 감소하는 탓이다. SK텔레콤은 이번 T전화 앱 통화로 발생하는 데이터는 차감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통화는 모두 무료로 결정했다. 로밍 사업의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은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를 인정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 고객이 미국용 3만3,000원 로밍요금제를 사용하면서 5일간 매일 40분을 로밍통화했다면 약 11만3,900원의 요금이 과금된다. 그런데, SK텔레콤은 이 금액 모두 무료로 전환했다. SK텔레콤 유영상 MNO사업부장은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해 결정했다. 해외에 나가는 고객들은 현지 유심, 포켓 와이파이 등을 쓰고 있다. 그런 고객들을 로밍으로 데려온다는 측면에서 혁신을 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이미 대안도 가지고 있다. 고객들의 데이터 사용량을 늘려 감소하는 로밍 수익을 상쇄하겠다는 전략이다. T전화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하는 상품이다. 음성 로밍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데이터로밍 요금제에 가입해야 된다는 조건도 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의 데이터 사용량을 늘린다는 목적이다. 자사의 데이터로밍 상품을 활성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실제 유영상 MNO사업부장은 “해외에서 음성 이용자나 사용량이 줄어온 것은 사실”이라며 “음성에 대한 니즈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어플 사용량이 늘어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 상품을 사용하면서 음성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고 싶다. 그 고객을 모셔오게 되면 음성에서 떨어지는 매출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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