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부터 롯데마트 최고경영자로 일해 온 김종인 대표가 올해 연말인사에서 롯데자인언츠 대표로 인사 이동한다. / 뉴시스
지난 2015년부터 롯데마트 최고경영자로 일해 온 김종인 대표가 올해 연말인사에서 롯데자인언츠 대표로 인사 이동한다. /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롯데마트 김종인 대표가 연말 인사태풍을 빗겨가지 못했다. 사드 보복을 견디지 못하고 롯데마트 철수 결정이 내려짐과 동시에 수장자리를 내려놓게 됐다. 한직인 롯데자이언츠 대표직을 맡게 되면서 중국 사업의 실패 책임을 짊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 한직으로 물러난 유통 계열사 수장

롯데마트 김종인 대표가 15년 간 정들었던 일터를 떠나게 됐다. 롯데마트에서의 파란만장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롯데자이언츠 대표이사로 보직을 바꾸게 됐다. 18일 롯데에 따르면 내일 김 대표를 포함한 계열사 대표와 일부 BU장을 대상으로 연말 임원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롯데마트 수장직을 내려놓게 되면서 한국체인스토어협회장에서도 조기 강판되게 됐다. 협회 관계자는 “정관상 후임이 선출되기까지는 협회장직을 유지하는 게 맞지만, 실질적인 업무를 보지 않게 됨에 따라 회장직은 공석으로 남게 된다”며 “차기 협회장은 연초에 열릴 협회 총회를 통해 새롭게 선출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김 대표는 전임인 이갑수 이마트 대표를 이어 대형유통업체를 대표하는 체인스토어협회장직에 올랐다.

이번 김 대표 거취를 두고 업계에서는 사실상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이 강하다. 한직의 성격이 강한 스포츠단 수장을 맡게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 2005년 신격호 명예회장의 5촌 조카인 신동인 전 롯데쇼핑 사장은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대행으로 좌천된 바 있다. 신 전 구단주는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반 신동빈’파로 불려온 인물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후임으로 낙점된 문영표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가 김 대표보다 연장자라는 사실도 좌천성 인사에 무게를 싣는다. 올해 연말 인사를 단행한 기업들의 화두는 ‘안정 속 세대교체’로 정리된다. 국내 경기 둔화 우려와 미·중간 무역전쟁 등 경영 환경이 불투명해진 가운데서 이를 돌파할 젊은피 수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재계 각층에서 40대 후반과 50대 초반 인물들이 요직을 꿰차고 있다. 하지만 1962년생인 문 대표는 1963년생인 김 대표보다 한 살 연상이다.

◇ ‘10년 만에 철수’, 뼈아픈 중국 사업의 실패

재계 한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변화와 혁신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세대교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SK그룹만 보더라도 새롭게 선출된 CEO 4명 모두 50대 초중반으로 연령대가 낮아졌다”면서 “요즘 인사 트렌드상 계열사 대표이사 후임의 연령이 전임보다 많은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중국 사업의 실패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대표는 유통업계에서 대표적인 ‘기획통’이자 ‘중국통’으로 불린 인물로 롯데마트의 중국 쪽 사업을 진두지휘해왔다. 2008년 롯데마트가 중국에 입성하는 계기가 된 네덜란드 유통업체 마크로 인수는 김 대표의 작품으로 통한다. 이듬해 현지 대형마트 체인인 타임스를 품으며 100개 점포에 성큼 다가간 김 대표는 그간의 공을 인정받아 2014년 중국본부장에 올랐다.

하지만 김 대표의 모험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귀결되고 만다. 롯데가 사드 부지를 제공한 탓에 중국 정부와 국민들로부터 미운털이 단단히 박히면서 10년여 만에 철수하기에 이른다. 중국에서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며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지난해 120여개에 달하는 현지 마트를 전량 매각하거나 폐점키로 했다.

지난 3분기 마트 사업부가 포함된 롯데쇼핑의 할인점 부문 영업손실은 3,237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78% 늘어난 수치로 백화점 부문의 영업익(2,891억)을 희석시키고도 남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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