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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제 논란] 공천개혁 없는 선거제도 혁신은 허상
[연동형 비례제 논란] 공천개혁 없는 선거제도 혁신은 허상
  • 김민우 기자
  • 승인 2018.12.1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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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선거구제와 공천제도 개혁을 통한 민주적 국민정당으로의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신상진(왼쪽 세번째)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선거구제와 공천제도 개혁을 통한 민주적 국민정당으로의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선거제도 개혁과 공천혁명 둘 다 중요하지만, 굳이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공천혁명이 더 중요하다."

선거제도 개혁안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놓고 여야 간 신경전이 한창이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소수정당들은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연일 촉구하는 반면,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소극적인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선거제도 논의에 가려져 공천의 문제점 논의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정당의 공천은 선거철만 되면 '밀실' 논란을 낳고 있지만, 이 문제를 지적하며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공천개선 없이 선거제도만 바뀐다고 우리 정치현실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이 때문에 나오고 있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선거구제와 공천제도 개혁을 통한 민주적 국민정당으로의 발전방안 토론회'(신상진 한국당 의원 주최)에서 전문가들은 공천개혁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선거제 개편과 공천혁명 다 중요하지만, 후자가 더 중요하다"며 "지도부가 공천의 모든 것을 장악하는 현실을 바꾸지 않고 무슨 정치개혁을 하겠다는 것인가. 공천혁명 없는 그 어떤 정치개혁도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정당은 선거 시즌이 다가오면 이른바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를 만들어 지원자를 심사하고 후보자를 결정한다. 공정성을 기한다는 명분으로 외부에서도 심사위원을 데려오지만, 공심위원들이 당대표나 지도부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다양한 방식의 경선 절차를 실시하는 지역구 의원 공천만 해도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주장하는 바른미래당만 해도 당장 6·13 국회의원 재보궐 당시 서울 노원병과 송파을 공천 문제를 놓고 잡음이 발생했다. 이는 당내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의 갈등도 있었지만, 안철수 전 대표 등 지도부의 개입이 주요 원인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現 한국당)의 '공천학살' 및 '나르샤'와 민주당의 '셀프공천' 등도 대표적인 사례다.

공천개혁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연동형 비례제의 골자가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공천은 현재 정당에서 명부를 만들고 그 안에서 순위를 결정하고 있다. 그리고 선거에서 정당 득표율에 따라 해당 순위까지의 인사들이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다. 그러나 이 과정이 철저히 비밀리에 이뤄져 '밀실'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며, '계파정치의 온상'이라거나 돈주고 산다는 '전(錢)국구' 의원이란 비난도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들이 비례성 강화나 비례대표 확대에 대해 적극적인 공감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이유는 지난 30년 동안 비례대표제 운용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미 비례대표 후보자의 공천은 사실상 사천(私薦)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대하는 것이 국민의 의사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공감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정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공천제도의 개혁방향은 공천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민주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특히 비례대표 공천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비례대표 확대를 근간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제도의 개혁과 공천제도의 개혁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아무리 훌륭한 선거제도가 마련된다 하더라도 공천방식이 비민주적이고 불공정하고 투명하지 않다면 반쪽짜리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독일은 연방선거법에 따라 후보자 선정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 과정의 녹취록을 명부 제출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함께 내도록 하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의 상세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명부등록을 선관위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1993년 독일 함부르크 헌법재판소는 기독교민주연합(기민당·CDU)의 주의회 선거공천 과정에서 소수 당내 계파에 의해 후보추천이 비민주적으로 이뤄졌다며 1991년 주의회 선거 자체를 무효로 판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선거제도 개혁 논의와 공천 투명화가 동시에 진행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완전국민경선제'로 불리는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이 하나의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오픈 프라이머리의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8건 발의됐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새누리당(한국당) 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이 주장했으나 끝내 시행되지 못했다.

김형준 교수는 당시 상황에 대해 "(김 의원이) 자신의 의원직을 걸고 오픈 프라이머리를 관철시켰다면 2016년 공천파동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옥쇄 들고 나르샤'도 없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옥쇄들고 나르샤'는 김 의원이 청와대 및 친박계와의 공천갈등 과정에서 당대표 인장을 들고 부산으로 간 사건으로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참패의 한 요인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