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이 노조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는 최근 이 사장의 노조탄압의혹에 대한 노동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했다./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이 ‘노조탄압’ 논란에 휘말렸다. 외부 컨설팅을 통해 노조를 와해시키고 회사 감사실을 통한 표적감사로 노조 간부들을 해고하려 하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구설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 특별근로감독 신청까지… 파행으로 치닫는 노사관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산하 지부인 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와 함께 18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재광 사장이 지난 3월 취임한 후 노조에 대한 탄압 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 측은 “이재광 사장은 기금본부 부산이전, 임금피크제 대상 여비지급 규정 변경 등 근로조건과 밀접한 사항을 변경 추진할 때, 노조와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행했다”며 “이에 노조가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을 이행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 사장은 돌연 전임 사장 시절 합의에 의해 이뤄진 편의 제공이 부당노동행위라고 협박하며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조 측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이 사장은 더 강압적인 방식을 취했다는 게 지부 측의 주장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 측은 “이 사장은 교섭 방식도 아닌 일방적인 공문 시행을 통해 ‘인사팀‧노무팀 직원의 조합원 탈퇴’ 등을 요구하며 노조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인사·예산 관련 부서에서 상급 관리자를 제외한 일반 실무 직원들은 조합원 가입을 인정받아왔는데, 이 사장이 일반 담당 실무자들은 조합원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요구했다는 주장이다. 

노조에 대한 차량 지원도 문제 삼았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그간 노사간 협의를 통해 노조에 차량을 지원해왔다. 공사 측은 이같은 편의제공이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 측은 “사측의 이같은 조치가 부당했지만 갈등을 치닫는 노사 관계를 풀어나기기 위해 노조는 자진해서 원상복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사 관계는 더 악화일로 치닫았다. 공사 측이 최근 법무법인과 노무법인에 노사관계 진단을 의뢰하고 과거의 노조의 차량 주말 사용내역 및 근로시간 면제 운영에 대해 감사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는 이를 노조 간부에 대한 표적감사로 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 측은 “사측의 감사는 노조위원장에게 ‘위원장, 부위원장을 파면하고 3배의 변상 처분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협박하며 ‘사장에게 선처를 해달라고 요청’할 것을 회유했다. 이는 이번 징계가 노조를 굴복시키고자 목적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는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장이 전 사장과 노조와의 관계를 완전히 무시하고 인사권, 경영권을 남용해 노조활동을 감시 통제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노동3권이 보장될 수가 없다”며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중단케 하고 파국으로 치닫는 노사관계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 탄압을 멈추지 않으면 퇴진 운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주택도시보증공사 “노조탄압은 말도 안돼”

이에 대해 주택도시보증공사 측은 “노조탄압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는 “우선 조합원 가입 범위에 대한 건은 노사 간 협의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며 “인사·예산 관련 부서는 아무래도 사장의 지시를 받는 부서이다보니, 담당 실무 직원 정도는 가입을 안 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 제시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노조가 부정적인 의견을 보여, 실무 담당자의 노조 가입은 본인의 의사에 맡기는 쪽으로 정리됐다”고 전했다. 노조 차량 지원 건에 대해선 “노조가 스스로 반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의 지시에 따른 표적감사 의혹은 부인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는 “감사실은 엄연히 상임감사가 있고, 규정과 절차에 따라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며 “사장 지시로 독단적인 감사가 진행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감사 배경과 노조 간부에 대한 징계 추진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고 답했다. 법무법인 등과 노사 문제와 관련한 자문계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선 “노사관계를 합리적으로 정립하기 위한 차원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그간 노사 관계에 있어 큰 잡음이 표출되지 않았던 기관이다. 지난해 노사문화대상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장 취임 후 노사관계가 대립관계로 치달으면서 그의 조직관리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 사장이 취임 초기 일성과는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사장은 3월 취임 이후 “경영자와 노동자가 함께 소통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틀로써 노동이사제 도입이 긴요하다”며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공공기관 최초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기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와 친화적인 관계 형성이 기대됐지만 이번 논란은 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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