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단체여행비와 커피(외식)는 2017년을 기준으로 개편된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가 이전(2015년)에 비해 가장 많이 오른 품목들이다.
해외단체여행비와 커피(외식)는 2017년을 기준으로 개편된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가 이전(2015년)에 비해 가장 많이 오른 품목들이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460개 품목들은 제각기 다른 가중치를 갖고 있다. 가장 높은 전·월세부터 낮게는 0.1에 불과한 밀가루‧연탄‧금융수수료까지, 총합이 1,000이 되도록 설계된 가중치들은 그 품목이 소비자의 지출에서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소비자물가지수 자체는 5년 주기로 가중치·품목·기준년도가 모두 개편되지만, 통계청은 그 사이사이에 구성 품목의 가중치만 개편하는 작업을 별도로 진행한다. 가중치 개편주기를 기존 5년에서 2~3년으로 줄여 지수의 현실반영률을 높인다는 취지다.

지난 18일에는 2017년을 기준으로 소비자물가지수의 가중치를 개편한 결과가 발표됐다. 2015년 이전에 비해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품목은 가중치가 높아졌고, 소비자의 관심을 덜 받았다면 가중치가 내려갔다. 이번에 개편된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들은 2020년을 기준으로 물가지수가 다시 마련될 때까지 사용된다.

◇ 여가생활의 3대 키워드는 해외여행·애완동물·커피

2012년까지 53.0이었던 오락·문화 품목의 가중치는 2015년 57.2로, 2017년에는 61.2로 높아졌다. 1인당 국민소득이 꾸준히 늘어나고, 개인을 위한 소비를 꺼리지 않는 문화가 확산된 결과다.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의 변화로 파악한 ‘지난 2년간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여가문화’ 탑3는 해외여행과 애완동물, 커피다.

가중치가 2015년 10.0에서 13.8로 오른 해외단체여행비는 이번 개편에서 단일품목 기준으로 가중치가 가장 크게 오른 사례다. 연평균 해외여행 횟수가 2013년 1.2회에서 2017년 2.6회로 두 배 이상 늘어나고, 해외에서 쓴 금액도 지난 2년간 20% 증가(2017년 31조9,274억원)한 영향이다. 해외여행 횟수가 늘어나자 국제항공료 가중치도 덩달아 상승했다. 반면 국내단체여행비의 가중치는 오히려 0.1 줄어들어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개·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애완동물용품·애완동물관리비 가중치가 동반 상승한 것도 눈에 띄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 2017년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28.1%가 애완동물을 기르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를 국민 전체로 환산하면 593만가구에 해당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난 5일 발표한 ‘2018 반려동물보고서’에서 “국내 반려동물사료시장은 연평균 19.4%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동물용 의약품·미용·장묘사업 등 관련 사업들의 동반성장을 예상했다.

식품군에서는 쌀을 중심으로 한 곡물, 그리고 설탕·간장 등 가내 조리를 위한 조미료의 가중치가 감소했다. 1인 가구가 확대되면서 직접 식사를 차려먹는 인구 대신 간편식이나 외식을 택하는 인구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1인 가구 수는 562만명으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일반가구원 수가 0.5% 늘어나는 동안 8% 증가했다.

커피(외식) 가중치의 상승 폭은 2.1로 해외단체여행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는데, 2015년 가중치가 4.8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큰 상승 폭이다. 국제커피협회(ICO)의 세계커피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커피 수입량은 지난 3년간 연평균 7%씩 늘어났으며, 근시일 내에 알제리를 밀어내고 세계 6위의 커피수입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작년 발표한 프랜차이즈 통계에 따르면 국내 커피전문점의 매장 수는 2015년에 이미 전년 대비 16.6% 늘어나는 등 양적 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 뚜렷한 하락세 보이는 교육비 지출비중, 범인은 ‘저출산’

소비자물가지수 중 교육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들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0년 114.1이었던 교육 분야의 가중치는 2012년에 103.5, 2015년엔 97.0으로 줄어들었다. 이번 개편에서도 교육 분야의 가중치는 2015년보다 7.4p 떨어진 89.6으로 책정됐다.

고등학생 학원비 지출비중이 13.6에서 14.0으로 높아졌다는 사실은 세계 제일로 손꼽히는 한국의 교육열이 떨어진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원인은 보다 근본적인 곳에 있다. 1992년 73만678명에서 2002년 49만2,111명으로 떨어진 출생아 수로 인해 학생 수가 감소해 전체적인 지출액수도 줄어든 것이다.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낮은 자녀들에 대한 사교육 지출이 줄면서 초등학생 학원비(-1.5)·중학생 학원비(-2.1)·가정학습지(-1.7) 가중치가 일제히 감소했다. 통계청의 최근 출생사망통계에서는 2017년 출생아 수가 35만7,000명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e-러닝 이용료 가중치는 인터넷강의, 일명 ‘인강’을 이용한 학습이 대세가 되면서 0.2 높아졌다. 학교급식비 가중치는 학생 수의 감소와 일부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는 무상급식제도의 영향을 받아 4.0에서 2.0으로 반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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