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장애 관련 이슈가 재차 점화되면서, 게임중독에 대한 무분별한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게임장애 관련 이슈가 재차 점화되면서, 게임중독에 대한 무분별한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보는 관점은 사회 전반의 뜨거운 이슈다. 특히 올해는 WHO(세계보건기구)가 ‘게임장애’을 질병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에 맞춰 국내에선 게임중독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게임 자체를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규정하는 건 옳지 않다는 반박이 제기된다.

2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WHO(세계보건기구)는 내년 국제질병분류를 개정하면서,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예고했다. 올해 중순 발표된 내용으로, 게임을 과도하게 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하나의 질병으로 보겠다는 의미다.

이는 국내에서 잠시 식었던 ‘게임중독 논란’에 대한 불씨를 다시 지폈다. 우리나라에서 게임중독 문제는 지난 2013~2014년 입법화에 실패한 후 한물 간 이슈였다. 그러나 앞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게임장애의 질병 분류 시 우리나라도 바로 적용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 ‘게임사들이 치료부담금을 내야한다’는 주장이 등장했고, 한 의원은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언급하며 “게임중독자의 뇌는 마약중독자의 뇌와 대동소이할 정도로 게임의 중독성이 강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이달 13일 선릉역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과 관련해선 일부 매체들이 이 사건을 온라인게임 '서든어택' 및 '배틀그라운드'와 연관짓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폭력적인 게임의 영향으로 참혹한 사건이 발생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던진 것인데, 당시 사건은 거짓말이 다툼의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이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논리는 간단하다. 게임에 빠져 일상생활을 등한시하고, 건강 및 주변 사회적 관계를 해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게임은 사람의 폭력성을 키운다는 주장도 추가된다.

그러나 업계에선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건 무리수라고 반박한다.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원인은 사회문제 때문으로, 게임 자체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의미에서다.

이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이 지난달 발표한 ‘게임이용자 패널 4차년도 연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이 연구는 정의준 건국대학교 교수를 비롯해 22명의 연구자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아동·청소년과 학부모 2,000여명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한 내용이다.

연구는 게임을 과도하게 하는 집단(게임 과몰입군)과 일반군으로 나눠 공격성 및 부모 감독과 애정, 대화시간, 부모의 비일관적인 행동 및 과잉간섭 등 다양한 항목을 지수화 해 비교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게임 과몰입층에서 ‘자기통제’가 낮고 ‘학업 스트레스’가 높은 현상을 발견했고, 부모의 영향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3월 독일 하노버 의과대학은 폭력적인 게임이 사람을 공격적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회문제의 원인을 게임으로 돌리는 건 무책임한 처사”라며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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