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희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유치원 3법(박용진 3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그는 한국당과 타결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패스트트랙을 위한 절차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김경희 기자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발동 여부만 남았다.” 유치원 3법 논의를 위한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열리기 전날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장한 모습을 보였다.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극적 타결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물러설 순 없었다. 당론으로 법안이 채택됐을 당시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각오했던 그다. 유치원 3법은 대표발의자인 박용진 의원의 이름을 딴 ‘박용진 3법’으로 더 유명하다.

이제 시간이 없다. 교육위 법안소위에서 합의처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27일로 예정된 올해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 유치원 3법을 처리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꺼낸 대책이 패스트트랙이다. 교섭단체 간 이견으로 소관 상임위에서 법안 통과가 어려울 때 상임위원 5분의 3이상 의원이 찬성하면 330일 뒤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이 가능하게 한 제도다. 현 교육위 위원 15명 가운데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을 더하면 9명이다. 패스트트랙을 발동할 수 있는 조건은 충족된다.

박용진 의원은 “입법에 1년 가까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안을 처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홍영표 원내대표의 의지도 분명하다. 끝내 한국당이 반대한다면 패스트트랙을 통한 법안 처리 방침을 거듭 강조해왔다. 결전을 앞둔 19일, <시사위크>에서 박용진 의원을 만났다.

설명
박용진 의원은 유치원 3법 처리를 위한 언론의 책임감 있는 보도를 당부했다. 잘못에 대한 시시비비를 분명하게 가려야 한다는 지적에서다.

- 유치원 3법(박용진 3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데 대해 민주당도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용진 의원 외에 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는 의원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다. 법안이 통과가 안 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한국당 탓이다. 일단 논리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가져온 법안의 핵심이 학부모가 낸 교비를 함부로 써도 처벌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여기서 한국당은 물러설 생각이 없다고 함으로써 다른 논의의 진척을 막고 있다. 물론 여야 공동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한국당 때문에 정체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발의했고, 법안심사소위에서 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승래 의원이 법안 통과를 위해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지금은 당에서 페스트트랙까지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보여주고 있는 것과 달리 개인 박용진에 대한 지나친 관심으로 당과 다른 의원들의 노력이 빛바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 오죽하면 제가 우리당의 법안심사 위원인 조승래·박찬대·박경미 의원에 대한 홍보 동영상을 올려서 유튜브에 올려놨겠는가. 다 같이 노력하고 있다. 박용진만 눈에 띈다는 말이 번지면 번질수록 부담이 된다.”

- 본인에 대한 관심을 여전히 체감하고 있는가.
“그렇다. 사법유치원의 비리 사태에 대한 경악과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데 대한 분노 등이 차곡차곡 쌓이다가 박용진이라고 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졌다. 박용진이 누구인지 알고 싶은 것이다. 이와 함께 법안에 대한 호응도 계속되고 있음을 느낀다.”

- 징검다리 역할을 할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현 언론 보도에 대한 아쉬움이 큰 것 같다.
“잘못한 것은 누구냐, 무엇을 잘못한 것이냐 분명하게 짚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공개가 안 된 내용이라면 양비론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공개가 된 법안심사소위에서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두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언론의 방향이 양비론으로 흐르더라. 민주당도 똑같다, 국회가 무능하다는 식의 프레임은 굉장히 안 좋다. 유리창을 깨서 수업 분위기를 망친 사람이 혼나야 하는데, 너희 반은 왜 이 모양이냐고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언론이 현 상황을 잘 설명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일부 언론에서 나쁜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국민들에게도, 이 상황을 풀어가는 데도 도움이 안 되는 일이다. 지금 한국당을 봐라. 전혀 부담을 갖고 있지 않다.”

- 결국 법안의 내용보다 정쟁으로 빠지면서 쟁점을 빗겨가고 있다. 가장 마찰이 심한 부분은 무엇인가.
“학부모가 낸 교비를 원장님의 쌈짓돈으로 생각하는 방식이 문제다. 유치원을 교육기관이 아닌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장사기관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교비를 마음대로 써도 처벌하지 말자고 하는 게 아닌가. 본인들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김한표 의원이 만들어온 법안을 봐라. 교육당국은 편성과 운영에 자율성을 보장하라고 한다. 이 얘기는 다시 말해 관심 갖지 말라는 것이다. 여기에 처벌조항도 없다. 관리감독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신 학부모가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의 자문을 받도록 했는데, 결국 교비가 잘못 쓰일 경우 학부모가 혼난다. 편성도 운영도 원장님 마음대로 하게 해놓고선 학부모에게 왜 자문을 똑바로 하지 않았느냐고 책임을 묻겠다는 게 아닌가.”

박용진 의원은 한국당을 겨냥한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잘못한 것을 지적하고 바꿔야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용진 의원은 한국당을 겨냥한 비판 발언을 과감하게 쏟아냈다. “잘못한 것을 지적하고 바꿔야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 상대 진영에서 반발하는 핵심 내용은 ‘유치원은 뭐 먹고 사냐’다. 
“유치원은 먹고 사는 게 아니라 운영하는 것이다. 원장님은 어떻게 사냐는 질문인데, 답은 간단하다. 월급을 받아쓰면 된다. 월급을 얼마든지 가져가면 된다. 상한선이 없지 않는가. 원장님 월급이 국회의원보다 많다. 원장님의 남편과 아들딸이 유치원에 모두 취업해서 한해 5억원에서 8억원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었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뭘 먹고 사냐고 묻는 게 맞는가. 유치원 운영 잘해서 월급가져가시라. 왜 교비에서 명품백을 사고 싶어하는가. 왜 원장님 배우자의 건강보조식품을 사고, 성인용품을 사야 하는가. 처벌받아도 마땅한 일이다.”

- 처벌조항을 넣는 것에 대해서도 반발이 심한데.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들이다. 말도 안 되는 법을 가져온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이 왜 분노했는가. 교육기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어떻게 처벌도 하지 않을까, 법정에 가면 무죄고 검찰은 무혐의로 기소도 안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법이 미비했다. 그 법을 만들지 않은 국회의원도 같이 뺨을 맞아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제라도 법을 만들자고 하는 건데 한국당에서 하지 말자는 게 아닌가. 나쁜 사람들이다.”

- 법안이 통과되면 사유재산이 몰수된다는 식의 가짜 뉴스도 많았다. 속으론 꽤나 답답했을 법하다.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 대단한 집단이다. 평일 낮에 드레스코드를 맞춰 만 명을 모을 수 있는 조직력을 갖췄고, 로펌을 산다든지 로비자금을 댈 수 있을 만큼 자금력도 탄탄하다. 조직력과 자금력으로 한유총이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유통시키고 정치정당을 움직였다. 여기에 한국당이 덜컥 뛰어들은 게 아닌가. 그 과정들을 보면서 진짜 대단하다, 싸울 줄 아는 사람들이구나 생각했다. 선출직 공직자들의 가장 큰 약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박용진이 칼을 빼들기 전까지 단 한 번도 교육당국이 이긴 적이 없었다.”

- 지금은 교육부가 달라졌다. 
“그렇다. 하지만 장관이 바뀌고 시행령이 실시되는 개혁만으론 부족하다. 근본적인 개혁, 높은 수준의 개혁은 결국 법을 바꿔야 한다. 그것은 사회적 합의가 기본 전제다. 그래서 저는 한국당이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본다. 이미 유치원 3법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이뤘다. 지금 법 개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국민적 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법 개정은 힘들다. 일례가 ‘김영란법’이다. 정치권에서 하고 싶지 않은 법안이었지만 여론 압박에 통과시키지 않았는가. 유치원 3법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아이들을 키우는데 무슨 잔말이 많냐고 지적한다. 이미 결론은 나왔다. 한국당이 버티고 있을 뿐이다. 나중에 누가 두들겨 맞겠는가.”

- 시한이 문제일 뿐 법안 처리는 된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결국 통과될 것으로 믿고 있다. 한국당과 함께 가려고 한건데, 자꾸 똥볼을 차겠다고 하니 내버려둬야 겠다.”

설명
박용진 의원은 종국엔 유치원 3법이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적 합의를 이뤘다는데 자신감이 있었다. 그는 앞으로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국공립유치원을 만들기 위한 후속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 한유총에서 한국당 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으로 독려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보도를 보고 내가 무서운 사람들과 싸우고 있구나, 기득권 집단들이 대단하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사실 유치원 원장님들의 기득권이라고 하는 것은 아이들 교비를 빼먹는 수준이다. 뭉쳐보니 큰돈인데 어떻게 보면 작은 이익이다. 실제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기득권, 국민의 등골을 빼먹는 것은 재벌 총수의 기득권이다. 그런데 박용진은 유치원 기득권과 함께 재벌 총수 기득권도 건들고 있지 않은가. 내가 작은 기득권과 싸우는데도 이렇게 허덕거리고 힘든데 재벌 총수 일가들의 문제를 겁도 없이 건들고 있구나 싶어서 약간 공포스러웠다.”

- 이제 법안 처리를 위해선 패스트트랙 외에 방법은 없는가.
“한국당이 변하지 않고 계속 똥볼을 차겠다고 하면 최종적으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이달이 가기 전에 패스트트랙을 위한 절차를 시작해야한다. 교육위가 전체회의를 소집해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것까지 가야 한다.”

- 이후에도 후속 작업이 많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가전제품만 AS가 있는 게 아니다. 정치에도 있다. (웃음) 유치원 원장님들이 교비를 쌈짓돈처럼 쓰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한 교육환경, 보육환경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지금 엄마아빠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유치원 수가 너무 적다. 이에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과제인 국공립유치원 40% 조기달성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숫자만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여기엔 엄마아빠들의 두 가지 불만이 해소돼야 한다. 국공립유치원에 스쿨버스를 도입하고, 교육시간 및 방과후 놀이시간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처럼 양질의 일자리가 어디 있고, 저출산대책이 어디 있겠는가. 그 부분이 제가 AS에 나설 지점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에서도 같은 뜻을 보이고 있는 만큼 제가 좀 더 재촉해서 끌고 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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