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 주둔한 미군 2,000여명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뉴시스‧AP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 주둔한 미군 2,000여명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8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시리아 지역에서 이슬람 극단주의단체 IS를 소탕하는 임무를 맡고 있던 미군 2,000여명을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IS는 완전히 패배했으며, 미군의 임무는 완수됐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미국이 해외 분쟁에 개입하는 것에 부정적으로 반응해왔다. 시리아 주둔군의 철수 역시 중동 지역의 세력분쟁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IS와 시리아‧이라크‧이란을 둘러싼 중동 지역의 정세가 워낙 복잡하고, 의회나 동맹국의 동의 없이 대통령 독단으로 내린 결정이다 보니 안팎에서 ‘성급한 판단’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강력하게 반발한 곳은 공화당 내부였다. CNN은 20일(현지시각) 상원 외교위원장인 밥 코커 의원이 의회와의 상의 없이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분개해 대통령을 찾아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면담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평가받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시리아 철군을 ‘민주당적인 아이디어’라고 부르며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내각에서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사표를 던졌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20일(현지시각) 발표한 사임사에서 “대통령은 자신과 뜻이 맞는 장관을 둘 권한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내가 직을 내려놓아야 할 때”라고 밝히는 한편, “미국의 강력함은 동맹국‧협력국과의 포괄적인 연대에서 나온다는 것이 나의 믿음”이라는 말로 철군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했다. 일반적인 사임사와 달리 대통령에 대한 칭찬은 한 마디도 담고 있지 않았다.

철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배제됐던 것은 동맹국들도 마찬가지였다. 영국‧프랑스 국방부는 20일(현지시각) 일제히 ‘IS가 완전히 퇴치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하며 시리아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이라크에 주재한 익명의 서유럽 외교관의 발언을 인용해 “이라크 군사담당자들 사이에서 ‘백악관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미국과 경쟁구도에 있는 국가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타임지는 20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이 옳은 일을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을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군의 시리아 주둔이 유엔 안전보장위원회, 혹은 시리아 바샤르 대통령의 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타임지는 “시리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리아‧이라크의 인접국이자 미국과 핵무기‧석유수출 등 많은 분야에서 대립하고 있는 이란도 미군 철수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CNBC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인 존 볼턴이 불과 3달 전 “국경 너머에 이란 군대가 있는 이상 시리아에서 철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