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마필관리사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또 한 명의 마필관리사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경마장에서 말을 관리하는 업무를 하는 마필관리사가 또 다시 폐암으로 사망했다. 마필관리사들의 열악한 작업환경이 드러남에 따라 향후 더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0대 마필관리사가 사망한 것은 지난 14일. 29년 동안 마필관리사로 근무한 그는 지난 3월 폐암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2012년에 이어 두 번째 마필관리사 폐암 사망이다.

2012년 마필관리사가 폐암으로 사망하고, 이후에도 폐암진단을 받는 마필관리사가 속속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조사 및 조치가 진행된 바 있다. 역학조사 결과 실내 원형마장에 깔린 모래에서 1급 발암물질인 유리규산이 검출됐고, 스프링클러 설치·방진마스크 착용 등의 개선책이 마련됐다.

문제는 마필관리사들이 열악한 작업환경에 노출돼있었던 기간이 이미 상당하다는 점이다. 이번에 세상을 떠난 마필관리사도 20여년을 아무런 조치 없는 환경에서 근무했고, 올해 들어서야 폐암이 확인됐다. 현재는 작업환경이 나아졌을지 몰라도, 추가 발병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건강검진 실시로 폐암을 조기 발견해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별근로감독이 실시된 2012년 한 차례 흉부 CT 촬영 이후 형식적인 검진만 실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이 같은 요구는 궁극적으로 마사회를 향하고 있다. 마필관리사들을 관리하는 것은 경마장조교사협회지만, 마사회에 대한 의존도가 큰 만큼 마사회의 의지에 따라 사태 해결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마사회는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건강검진 강화 등을 협회 측에 꾸준히 요구하고 있으나, 협회 측이 미온적이라고 말한다. 마사회 관계자는 “마필관리사들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마필관리사들의 건강 검진 강화하도록 협회를 강제하는 것은 구조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지나친 간섭이라고 반발한다”고 말했다.

한편, 마사회는 지난해부터 내부 구성원들이 연이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여러 명이 세상을 떠난 바 있다. 여기에 폐암으로 사망한 또 한 명의 마필관리사까지 발생하면서 마사회의 연말은 더욱 뒤숭숭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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