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판도를 뒤바꿀 미니스톱을 인수할 유력 후보자 선정이 늦어지면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 미니스톱
업계 판도를 뒤바꿀 미니스톱을 인수할 유력 후보자 선정이 늦어지면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 미니스톱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한 달 하고도 사흘이 지났다. 연말 M&A 최대 이슈인 미니스톱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매각 본입찰이 끝난 지 한 달이 넘었다. 좀처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식이 들려오지 않으면서 이를 둘러싼 추측만이 난무하고 있다.  

◇ 제2 바이더웨이 될라, ‘승자의 저주’ 우려?

편의점은 물론 IB업계에서도 이번 미니스톱 인수전이 이렇게까지 지연될 것이란 예측은 많지 않았다. 매각 주관사인 노무라증권이 본입찰 제안서 등을 일주일 정도 검토한 후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예상대로라면 적어도 지난달 말에는 우선협상권이 부여되는 업체가 결정됐어야 했다. 하지만 벌써 새해를 앞두고 있다.

보통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지연되는 건 입찰가격이 매수자의 기대에 못 미쳤을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이번 미니스톱 인수전에는 해당 사항이 아닌 것으로 보여 진다. 인수 후보 1순위로 거론된 롯데(세븐일레븐)는 일본 이온그룹의 기대치를 충족할만한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업계가 내놓은 세븐일레븐의 예상 베팅가는 4,300억원 정도. 이는 시장에서 전망한 미니스톱의 몸값(3,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또 경쟁사인 신세계와 글랜우드 PE를 여유롭게 따돌리는 액수이기도 하다. 본입찰에 참여한 신세계(이마트 24)와 글랜우드PE 두 곳 모두 세븐일레븐에 못 미치는 4,000억원 이하를 적어냈다는 후문이다.

이미 ‘끝난 게임’처럼 보였던 미니스톱 인수전이 지연되면서, 일각에서는 막판 세븐일레븐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인수합병 시장의 최대 리스크인 ‘승자의 저주’ 우려가 커지면서 세븐일레븐의 의욕이 한풀 꺾였다는 조심스런 관측이다. 투자대비 효과가 보장되지 않자 신중 모드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 이온, 세븐일레븐 ‘일본 관계’ 부담 느끼나

업체마다 세부적인 계약 조건은 다르지만, 보통 본사 최대주주 변경 시 브랜드 선택은 점주 의사에 달렸다. 기존 미니스톱 점주라고 해서 꼭 세븐일레븐으로 간판을 갈아타야 할 의무는 없다. CU나 이마트24 등 타 브랜드와 계약을 맺는 건 점주 의사에 달렸다. 2,500여개에 달하는 미니스톱을 100% 흡수해 업계 3위 자리를 굳힌다는 보장이 없는 셈이다.

이미 세븐일레븐은 유사한 경험을 한 바 있다. 세븐일레븐은 토종 편의점 바이더웨이를 인수하고도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완전한 합병을 성사시키고 못하고 있다. 기존 바이더웨이 점주들가운데 일부가 여전히 간판 교체를 거부하면서 ‘한 지붕 두 가족’ 살림을 이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자칫 ‘한 지붕 세 가족’ 살림을 차릴 수 있는 만큼 좀 더 신중히 주판을 튕겨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이 겹쳐 있는 상권의 교통정리를 끝내고 나면 실제 인수하는 점포는 기대치에 미달할 수 있다.

이온그룹이 세븐일레븐에 매각하는 걸 부담스러워한다는 의견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미니스톱의 최대주주 이온그룹(76.06%)이 일본에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세븐앤드아이홀딩스와 경쟁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이번 인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세븐일레븐 운영 주체는 다를지라도 브랜드 네임이 동일한 만큼, 이온 입장에서 충분히 껄끄러울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파격적인 시장 가격을 제시한 매도 희망자와의 현지 관계가 걸림돌이 된다는 건 호사가들의 시선”이라며 “본입찰 후에도 매각 주간사인 노무라 증권과 미니스톱 CFO 등이 일본 현지로 날아가 미니스톱 직원들의 고용의 연속성 등 세부적인 문제를 거론하다 보면 예상했던 것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시간이 지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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