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가 나란히 앉아 있다 / 뉴시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가 나란히 앉아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청와대 특별감찰반(특감반) 논란이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확대되면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당은 청와대 관련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민정수석 국회 출석’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고, 청와대가 특감반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당의 ‘단골 카드’가 받아들여질 지는 의문이다.

한국당은 당내에 ‘청와대 특별감찰반 정권실세 사찰 보고 묵살 및 불법사찰 의혹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첩보 이첩 목록’을 공개하는 등 청와대 특감반 의혹에 대해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단장인 김도읍 의원은 24일 조사단 회의에서 “지난 1차 고발 이후 언론사 사주나 하위직 공무원, 민간인 교수 등에 대해 사찰을 조직적으로 한 게 추가로 드러났다”며 “이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추가 고발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앞서 전직 청와대 특감반원인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지난해 7월 민간인 신분의 박용호 전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의 비리 첩보를 만들었고, 이 첩보가 이인걸 전 특감반장의 자필 서명과 사인을 받아 대검찰청으로 이관됐다는 제보를 받아 폭로한 바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이 이제는 입을 열 때가 됐다. 국회에 두 분이 출석해서 운영위원회에서 말씀을 해주셔야 한다. 진실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해야 된다”며 “당당하게 운영위에 출석해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밝혀주길 바란다. 비서실 관리 감독에 책임 있는 임 비서실장과 사건의 몸통으로 추정되는 조 민정수석이 출석하지 않으면 국민과 국회에 대한 기만행위이자 오만행위라 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당은 이날 윤영석 수석대변인 명의로 낸 논평에서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회피할수록 의혹은 더 커지고 국민들의 실망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조 민정수석은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과 김태우 전 특감반원 관련 의혹들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한다. 한국당은 청와대 민간인 사찰에 대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한 국가의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해 부단히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여야 원내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임 비서실장과 조 수석 출석을 전제로 한 운영위 소집을 요구했다. 한국당은 “여권 실세의 비리 의혹을 덮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운영위가 소집돼야 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 운영위 소집 돌파구 될까

하지만 특감반 의혹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있는데다 운영위 소집 권한을 쥐고 있는 운영위원장이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당의 공세가 먹혀들지 않는 모양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으로서는 지금 비리·범죄 행위자가 제기하는 문제를 가지고 국회에서 운영위를 열어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당이) 뭘 기대하는지 모르겠다”며 “운영위는 언젠가 열릴 테니까 지금은 대검 감찰반 조사 결과나 관련된 사람들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이 야당이 된 이후부터 청와대 관련 사안이 터질 때마다 조 수석의 운영위 출석을 요구해왔지만, 한 번도 조 수석이 출석요구에 응한 적 없다는 점도 한국당 공세에 힘을 뺀다. 한국당은 정우택 원내대표가 운영위원장이었던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의 인사를 문제 삼으며 조 수석을 향한 공세를 벌여왔다. 하지만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에 출석하는 관례는 없었다는 민주당의 반발로 항상 불발됐었다.

한국당은 운영위 소집에 사활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여야 쟁점 민생법안인 ‘유치원3법’ ‘김용균법’ ‘카풀법’ 처리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색도 내비쳤다. 조 수석의 거취를 국회 정상화의 관건으로 만든 한국당이 여론전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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