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국경장벽 예산을 두고 명확한 의견차이를 보이면서 셧다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셧다운이 시작된 22일(현지시각) 새벽 워싱턴 연방 의사당의 모습. /뉴시스‧AP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국경장벽 예산을 두고 명확한 의견차이를 보이면서 셧다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셧다운이 시작된 22일(현지시각) 새벽 워싱턴 연방 의사당의 모습.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미국 연방정부가 22일(현지시각) 폐쇄됐다. 법무부·내무부·이민국 등 중요 정부부처와 국립공원·의회도서관이 문을 닫았으며, ‘셧다운’ 사태로 무급휴가를 받게 된 공직자의 수는 80만명에 달한다. 백악관과 의회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낸 후 다시 논의를 재개할 예정이지만 갈등을 조기에 봉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대통령·야당 모두 “양보 없다”

미국 연방정부는 1976년 이후 모두 20번의 셧다운을 겪었으며, 평균 지속기간은 6.5일이었다. 최장기록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1996년 예산안에 합의하는데 실패하면서 21일 동안 연방정부가 폐쇄됐던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의 기록이다.

내년이면 집권 3년차를 맞는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만 이미 두 번의 셧다운을 겪었다. 이민법 예산을 두고 벌어진 첫 번째 셧다운은 지난 1월 20일부터 3일간 이어졌으며, 2월 9일 발생한 두 번째 셧다운은 9시간 만에 끝났다.

다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예산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의회가 강권으로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까지 셧다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국장은 23일(현지시각) 폭스뉴스에 출연해 셧다운이 2019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예상을 전했다. 그는 자신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의회를 찾아 예산안 합의에 대해 논의했으나 아직까지 답을 받지 못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논쟁의 범위를 이민자 문제 전반으로 넓힐 마음도 먹고 있다고 밝혔다.

국경장벽 건설에 50억달러를 배정할 것을 주장하며 의회의 예산합의안을 거부한 트럼프 대통령은 뜻을 굽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새벽 트위터를 통해 “갱단과 마약, 인신매매를 막는 가장 좋은 수단은 국경장벽”이며, “장벽 없이는 국경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며 거부권 행사를 철회할 마음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역시 해를 넘길 각오를 하고 있다. 의회전문지 ‘더 힐’에 따르면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은 22일(현지시각)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양당이 동의한 예산안을 거부하는 한,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는 내년 1월까지 다른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11월 열린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의 지위를 차지한 민주당은 새 의회가 열리면 내부 합의만으로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국경장벽 건설예산 50억달러는 물론, 펜스 부통령이 내놓은 25억달러의 중재안도 거부한 상태다.

◇ 환영받지 못하는 장벽건설 아이디어

대통령의 고집에 불만을 가진 것은 민주당뿐만이 아니다. CNN은 “연방정부가 폐쇄되기 전까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국경장벽 건설비용 50억달러가 포함되지 않은 예산안에 동의하고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말로 상원의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셧다운 사태의 핵심인 국경장벽 예산 50억달러가 국가 전체로 보면 매우 사소한 부분이라는 데 있다. 패트릭 투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23일(현지시각) NBC뉴스에 출연해 “대통령이 충동적인 성격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며 “경제 이슈가 받아야 할 관심을 셧다운이 모두 가져가고 있다”고 불평했다.

셧다운을 ‘쓸모없고 화려하기만 한 바보짓’이라고 부른 밥 코커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통’에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공화당원이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국경안보 이슈를 대선 캠페인과 억지로 연결시키기 위해 분쟁(연방정부 폐쇄)을 만들어 냈으며, 정작 국경안보에 더 많은 돈을 쓰길 원하는 것은 민주당”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장벽 대신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DACA)을 비롯한 이민자 프로그램을 통해 불법이민자 문제를 다룰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멀베이니 예산국장 역시 “연방정부 폐쇄는 대통령이 (2019년 예산안 합의라는) 성과를 내기 위해 의회와 함께하길 거부한 결과며, 대통령은 이 사실을 자랑스러워한다”는 말로 코커 상원의원의 지적과 같은 의견을 밝혔다. 공화당 강경파로 분류되는 멀베이니 예산국장은 현재 공석인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의 대행을 맡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던 2015년 8월 “국경장벽 건설은 우스꽝스러운 생각”이라고 말한 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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