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vs “건강상의 피해와 연관성이 있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한쪽에서는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고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그것도 정부부처에서 말이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생리대 안전성 얘기다. 불과 일주일을 사이에 두고 식약처와 환경부가 정반대의 결과를 내놨다. 서로 조사 방식이 다르긴 했지만, 전혀 다른 결과는 소비자들의 불안만 키우고 있다. ‘생리대 안전성 논란’이 재점화 되고 있다.

 

환경부의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예비조사 결과는 절대적인 참여자 수가 부족하고 피해 호소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일회용 생리대 위해성을 단정짓기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생리대 사용에 따른 건강문제는 국내·외에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환경부의 해당 건강영향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시민단체들이 국회에서 생리대 유해성 관련 책임있는 국정감사 시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환경부의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예비조사 결과는 절대적인 참여자 수가 부족하고 피해 호소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일회용 생리대 위해성을 단정짓기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생리대 사용에 따른 건강문제는 국내·외에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환경부의 해당 건강영향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시민단체들이 국회에서 생리대 유해성 관련 책임있는 국정감사 시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최민석 기자] 환경부는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예비조사 결과를 통해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그것도 환경부 메인 홈페이지가 아닌, 환경부에서 발행한 간행물을 게재하는 사이트(환경 디지털도서관 http://library.me.go.kr/index.ax)에 공개했다.

◇ ‘산 넘어 산’… 소비자 속만 새까맣게 탄다

환경부 관계자는 “예비조사는 조사대상 질환 파악을 위해 소수의 질환 호소자 중심으로 실시한 것으로, 조사방법 구체화 등이 목적이므로 별도의 보도자료는 배포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사인데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환경부의 미온적 태도를 두고 뒷말이 적지 않다. 생리대가 안전하다고 한 식약처의 발표와 충돌을 빚지 않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제기된다.

그간 국내외에서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연구가 극히 드물었던 탓에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환경부의 보고서는 가볍게 넘기기 힘들어 보인다. 비록 예비조사인데다, 절대적인 참여자 수가 부족한 결과라 하더라도 환경부의 해당 건강영향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기 때문이다.

실제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생리대 유해물질의 건강이상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일반인대상 대규모 연구가 실시될 필요가 있다”며 “(건강피해) 증상들을 확인하기 위한 독성학 및 역학적인 평가 등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예비조사 후 역학조사, 생리대 추출물 독성학적 조사, 동물실험 모형을 이용한 추가 연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에게 생리대는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이다. 생리대 안전성 논란이 여성의 건강권과 직결된 중대한 문제인 이유다. 그럼에도 정부부처가 각기 다른 결과를 내놓으면서 문제해결은커녕 소비자들의 불안감만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쯤되면서 여성단체를 비롯해 정의당 이정미 의원, 환경시민단체들은 20일 논평을 내고 일회용 생리대 위해성 조사방법을 전면 재검토하고 재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환경부는 연구팀 제안을 받아들여 생리대 추출물의 독성을 조사하고 조사 대상을 대폭 늘려 본조사를 하기로 했다. 사진은 생리대 안전성 문제에 대해 정부의 책임있는 조사와 조치를 요구하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시위 모습 / 뉴시스
환경부는 연구팀 제안을 받아들여 생리대 추출물의 독성을 조사하고 조사 대상을 대폭 늘려 본조사를 하기로 했다. 사진은 생리대 안전성 문제에 대해 정부의 책임있는 조사와 조치를 요구하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시위 모습 / 뉴시스

여성환경연대는 “환경부 연구를 통해, 그동안 수많은 여성들이 경험한 일회용 생리대 사용으로 인한 피해증상이 설문조사, 그룹면접조사(FGI), 문진뿐 아니라 초음파검사(자궁, 난소), 육안검사 등 임상검사를 통해서도 객관적으로 확인됐다”며 “식약처는 실체가 드러난 생리대 건강 피해를 여성들의 확인 불가한 주관적 경험으로 폄하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식약처는 환경부 조사결과를 충실하게 반영하여 일회용 생리대 위해성 조사방법을 전면 재검토하고 재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진행될 일반여성 대상의 일회용생리대 건강영향 후속조사(본조사)는 매우 중요하다. 예비조사 연구결과에 기반하여 후속조사 또한 원래의 목적과 역할에 따라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며 “환경부의 본 건강영향조사 결과가 여성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드러내는 데 기여하고, 중장기적으로 여성건강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환경부는 연구팀 제안을 받아들여 생리대 추출물의 독성을 조사하고 조사 대상을 대폭 늘려 본조사를 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생리대 안전관리 강화 방안으로 생리대 품목허가(신고)증 상에 기재된 모든 원료를 용기 또는 포장에 표시하도록 전성분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생리대 허가·신고시 모든 구성원료의 제조원을 기재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2018년 11월 28일)했다.

앞으로 전성분 표시제와 관련하여 착향제 중 알레르기 유발 26개 성분 표시 의무화 및 부직포 등의 세부조성 표시기준 마련 등 원료의 세부 성분 표시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생리대 사용에 따른 부작용 발생 시 신고방법과 연락처(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등도 표시하여 소비자 알권리 강화를 위한 정보제공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2017년 VOCs, 2018년 프탈레이트류의 위해평가 실시에 이어 내년에는 다이옥신류(17종)에 대한 위해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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