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vs “건강상의 피해와 연관성이 있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한쪽에서는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고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그것도 정부부처에서 말이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생리대 안전성 얘기다. 불과 일주일을 사이에 두고 식약처와 환경부가 정반대의 결과를 내놨다. 서로 조사 방식이 다르긴 했지만, 전혀 다른 결과는 소비자들의 불안만 키우고 있다. ‘생리대 안전성 논란’이 재점화 되고 있다.

일회용 생리대 안전성 문제를 두고 식약처와 환경부가 각기 다른 조사결과를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대형마트에 진열된 생리대 제품으로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함.
일회용 생리대 안전성 문제를 두고 식약처와 환경부가 각기 다른 조사결과를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대형마트에 진열된 생리대 제품으로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함.

[시사위크=박태진 기자] “△생리통 △생리양의 변화 등 생리 관련 증상과 △외음부 통증 △가려움증 △뾰루지 등 외음부 증상이 일회용 생리대 사용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는 증상으로 파악됐다.”

환경부는 지난 19일 ‘일회용 생리대의 건강영향 예비조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일회용 생리대 사용이 건강상의 피해와 연관성이 있다’는 게 골자다.

◇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vs “건강상의 피해와 연관성이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연구진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동안 진행됐다. 3개월 이상 일회용 생리대 사용으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사실이 있었던 여성들(평균 연령은 29세, 평균 키는 163cm, 몸무게 58kg)을 대상으로 증상의 종류 및 개선여부, 증상개선에 영향을 미친 환경 및 행동변화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생리통, 생리양의 변화, 생리혈색 변화, 덩어리혈 증가 등 생리 관련 증상과 외음부 통증, 가려움증, 뾰루지 등 외음부 증상이 일회용 생리대 사용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는 증상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설문조사와 산부인과 초음파 검진,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조사 대상자들은 일회용 생리대를 주로 사용했으며 한 달 평균 21개를 쓴다고 응답했다. 50명 가운데 생리통은 19명, 덩어리혈 증가는 13명, 가려움증 증가는 4명 등이 생리대 사용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설문조사 결과, 피해증상이 완화·개선된 원인도 일부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증상이 없다가 증상이 발생한 시기 일회용 생리대 브랜드를 변경한 경우가 참여자 중 48%이고 특정브랜드 사용자는 24%이다. 생리용품 사용패턴의 변화를 통해 발생한 증상이 개선되거나 사라진 여성은 참여자 중 50%인데, 그 중 일회용 생리대 사용을 중단한 경우는 52%다.

그룹면접조사를 통해 여성들은 생리대를 교체(브랜드의 교체, 혹은 면생리대, 생리컵, 유기농 일회용 생리대로 교체)하고 난 뒤 증상 변화를 경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자신들의 건강 이상이 생리대로 인한 것이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반면 식약처는 독성실험을 토대로 ‘유해성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환경부 발표 불과 일주일 전이다. 식약처는 13일 생리대 독성물질 검사결사 발표에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 검출량은 위해 우려 수준이 아니다”고 밝혔다.

식약처와 환경부가 일회용 생리대를 두고 다른 결과를 내놓은건, 조사 방법의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식약처 역시 조사 목적 및 방법 등에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다. 사진은 지난해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환경단체 및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생리대 유해성 관련 책임있는 국정감사 시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식약처와 환경부가 일회용 생리대를 두고 다른 결과를 내놓은건, 조사 방법의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식약처 역시 조사 목적 및 방법 등에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다. 사진은 지난해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환경단체 및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생리대 유해성 관련 책임있는 국정감사 시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당시 식약처 발표에 따르면 생리대, 팬티라이너, 탐폰 총 297개 제품을 대상으로 VOCs(휘발성유기화합물)를 모니터링한 결과, 검출량은 위해 우려 수준이 아니었다. 또한 생리대, 팬티라이너, 탐폰 총 126개 제품을 대상으로 프탈레이트류 및 비스페놀 A에 대한 위해평가를 실시한 결과 역시 인체에는 유해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약처의 발표는 국내 생리대 제조업체 5개사로 구성된 정례협의체가 자체 조사한 VOCs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했다.

환경부와 식약처의 결과가 다른 건 조사 방법의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식약처 역시 조사 목적 및 방법 등에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다.

식약처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식약처와 환경부의 조사는 목적 및 방법 등의 성격이 다르다”면서 “식약처 위해평가는 생리대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프탈레이트류 등의 잔류량을 조사하고, 위해평가 방법에 따라 인체 유해 여부를 조사해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위해평가방법은 인체에 흡수되는 전신 노출량과 독성참고치를 비교하여 안전한 수준이 확보되는 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환경부 역시 ‘예비조사’임을 강조하면서 “피해 호소자만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환경부는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식약처와 환경부의 조사는 목적 및 방법 등의 성격이 다르다”며 “예비조사는 생리대 건강영향과 관련된 국내외 연구사례가 없어 조사 대상 질환 파악, 조사방법 구체화 등을 목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피해 호소자들의 증상과 일회용 생리대와의 실제 관련성, 제품별 건강영향 등을 확인하기 위해 단면조사 연구, 노출독성평가 등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절대적인 참여자 수가 부족하고 피해 호소자를 대상으로 하여 선택 편견(selectionbias)이 있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예비 연구만으로 직업이나 학력, 기타 화학용품의 관련성을 파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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