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통계청 가구소득동향. 하위 20%인 1분위 가구당 명목소득이 전년도와 비교해 감소한 반면, 상위 20%는 오히려 증가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그래픽=뉴시스
3분기 통계청 가구소득동향. 하위 20%인 1분위 가구당 명목소득이 전년도와 비교해 감소한 반면, 상위 20%는 오히려 증가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그래픽=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지는 단호했다. 소득분배 개선을 통한 긍정적 경제효과가 연말에는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올해 초 소상공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장하성 당시 정책실장은 “올 하반기쯤 가면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분명히 나타난다고 확신한다”고 했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소득주도성장을 구체화하는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됐다. 지난해에 이어 최저임금 인상이 단행됐고, 주 52시간 근무 법률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일자리 안정자금’ 집행과 근로장려세제(EITC)의 확대를 병행했다. 큰 저항이 예상되는 만큼, 정권초기에 힘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 소득 양극화 더 심화

하지만 당초 기대와 정반대의 결과가 통계청 발표로 나오자 청와대가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통계청의 ‘1분기 가계소득동향’에 따르면, 전년도와 비교해 소득 하위 20% 가계의 소득은 8% 감소한 반면 상위 20% 가계의 소득은 무려 9.3%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득 양극화를 해소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무색하게 만든 수치였다.

사실 통계청의 자료에는 표본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 노년층 1인 가구가 늘었다는 점을 감안해 통계조사 표본에 변화를 준 것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표본구성의 변화를 무시한 채 전년도 통계와 ‘연속성’이 있는 것처럼 발표가 됐고, 마치 소득분배구조가 크게 악화된 것처럼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이후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불만과 소득주도성장은 실패했다는 야권의 주장에 무게추가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는 “문책성이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책임을 물은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인사조치가 뒤따랐다. ILO의 임금주도성장론을 소득주도성장론에 녹여된 홍장표 경제수석 등이 청와대 참모들 가운데 처음으로 교체됐고, 또한 황수경 통계청장이 특별한 이유 없이 교체됐는데 이 사건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내년도 경제정책 운용방향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내년도 경제정책 운용방향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뉴시스

◇ 정책 메시지 ‘혼선’에 경제팀 물갈이

그럼에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엇박자가 계속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김 전 총리와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장 전 실장의 서로 다른 메시지가 시장에 혼선을 줬고, 진보와 보수 양측으로부터 비판이 터져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정책기조로 일원화에 나섰지만, 갈등설을 잠재우진 못했다. 오히려 관료와 진보학계의 대립 구도로 논란은 커져만 갔다.

결국 갈등설은 지난 11월 문 대통령이 두 사람을 동시에 교체하고 나서야 수그러들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보완하고, 규제혁신과 기업투자 활성화를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일관된 메시지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 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화롭게 고려해 국민의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속도조절 필요성을 넌지시 말했다.

내년도 경제정책 운용방향에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다소 뒤로 밀렸다. 대신 대기업의 투자를 가로막았던 규제의 빗장을 풀어 대규모 투자를 이끌겠다는 내용이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아울러 혁신성장의 내용 중 하나인 규제혁신과 혁신선도 산업 육성에 비중을 높였다. 반면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해서는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탄력근무제 확대 등 보완책을 내놨다.정부 경제정책이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무게추가 옮겨간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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