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하도급 대금 후려치기를 하다가 1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하도급 대금 후려치기를 하다가 1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사진은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 운반선. /대우조선해양

[시사위크=최민석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계약서도 없이 하도급 대금을 후려치는 갑질을 했다가 108억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게 됐다. 국민의 혈세가 대거 투입돼 겨우 회생 수순을 밟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더욱 싸늘한 시선이 쏠린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대우조선해양에 과징금 108억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사내 하도급 업체들에게 해양플랜트 및 선박 제조를 위탁하면서 계약 서면 총 1,817건을 하도급 업체가 작업을 착수하기 전까지 발급하지 않았다. 작업을 시작한 후에 수정·추가 공사는 ‘선 작업 후 계약’ 원칙을 유지해 왔다. 이 때문에 하도급 업체는 작업 수량이나 대금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수정·추가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작업이 끝난 후에 대우조선해양이 작성한 정산합의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받았다.  

공정위는 “대우조선해양이 사전에 서면을 발급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이미 끝난 작업에 대한 견적의뢰서 및 계약서를 사후에 형식적으로 만들면서 계약 날짜와 기간을 허위로 기재한 사례들도 다수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행위가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 행위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정·추가 작업에 대해 기성 시수(작업 물량을 시간으로 배정한 것)를 적게 배정하는 방식으로 부당하게 낮은 하도급 대금을 지급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대우조선은 시수(작업 물량을 노동 시간 단위로 변환한 것)에 임률단가를 곱해 하도급 대금을 결정한다. 임률단가가 1만원이고 작업 물량이 ‘10시수’면 대금은 10만원이 되는 방식이다. 

공정위 측은 “대우조선해양이 시수 산출을 위한 객관적인 ‘표준원단위’를 만들지도 않고 예산 사정에 따라 마음대로 하도급 대금을 지급왔다”고 밝혔다. 하도급 업체들은 수정·추가 작업의 대가로 받는 대금이 어떤 근거에 의해 산출된 것인지를 알 수 없었던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지급한 대금은 투입된 노동력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지만 업체들은 자금 압박 부담으로 서명에 응할 수 밖에 없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부당 특약 계약을 맺은 사실도 드러났다. 대우조선해양은 ‘총 계약금액의 3% 이내에서 수정·추가 작업이 발생하더라도 본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봐 차액을 정산하지 않는다’는 계약조건을 넣었다. 또 하도급업체가 법인이라면 계약이행보증·하자보수보증 공탁금을 요구하는 것과는 별개로 대표이사 개인도 연대보증을 하라는 계약조건도 설정했다.

공정위는 조선업종의 부당한 하도급 갑질에 경종을 울린다는 의미로 108억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도급법 위반 혐의 관련한 과징금으로는 2008년 삼성전자가 116억원을 부과 받은 이후 이후 역대 최대다.

대우조선해양은 막대한 혈세를 지원받아 연명을 해온 곳이다. 지난 2015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무려 13조7,0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이 덕분에 지난해 겨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번 하도급 갑질로 큰 실망감을 살 전망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