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충칭 방문시 촬영한 임시정부터 기념사진과 김구 주석 당시 임시정부 사진 /뉴시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충칭 방문시 촬영한 임시정부터 기념사진과 김구 주석 당시 임시정부 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국가보훈처장의 장관급 격상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처리한 일 가운데 하나다.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의 격을 높이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다양한 계기로 국가유공자들을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을 제대로 예우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기틀을 세우는 일의 시작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때마다 빠지지 않은 대통령의 메시지가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다.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강조한 문 대통령은 3·1운동 기념사 등 공식행사에서만 10여 차례 ‘100주년’을 언급했다.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남북이 함께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을 개최하는 방안도 제의한 바 있다.

◇ ‘3.1운동→촛불혁명’ 정통성 확장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100주년 기념 준비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올해 하반기 시작됐다. 지난 7월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출범했고, 이낙연 국무총리와 한완상 서울대 명예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추진위에서는 기념식 준비를 비롯해 학술대회, 역사교육과 함께 국민 참여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 구축 등에 나설 방침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조명되지 않은 독립유공자 발굴에 큰 관심을 보였다. 실제 올해 광복절 기념사에서는 국민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독립유공자들이 많이 언급됐는데, 평원고무공장 여성노동자 강주룡, 제주 해녀 고차동·김계석·김옥련·부덕량·부춘화 등이 그 사례다. “묻혀진 독립운동사와 독립운동가의 완전한 발굴이야말로 또 하나의 광복의 완성”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여기에는 촛불혁명의 역사적 정통성을 항일 독립운동까지 확장하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 촛불혁명의 ‘담지자’를 자처하는 문 대통령은 민주국가 열망이 표출된 반독재 투쟁으로 촛불혁명의 의의를 설명했었다. 4.19혁명, 광주민주화항쟁, 6.10항쟁에서 완성되지 못한 시민혁명이 촛불혁명과 정권교체로 성공했다는 맥락이다. 나아가 역사적 시민혁명을 ‘국민주권 회복운동’이라는 하나의 성격으로 규정함으로써 항일 독립운동까지 흐름이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 남북 역사적 공통분모 확대 노력

문재인 대통령이 독립유공자들 초청 오찬에 앞서 기념촬영을 위해 유공자 및 유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독립유공자들 초청 오찬에 앞서 기념촬영을 위해 유공자 및 유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3.1절 기념사에는 문 대통령의 뜻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으로 만든 것이 바로 3.1운동”이라며 “지난 겨울 우리는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었다. 3.1운동으로 시작된 국민주권의 역사를 되살려냈다. 1,700만 개의 촛불이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이 역사를 펼쳐보였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보수진영은 ‘집권세력’이라는 점을 고리로 정통성을 이어가려는 노력을 했다. 가장 많이 쓰이는 프레임이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의 통합’이다. 이는 전혀 맥락이 다른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정권, 김영삼 정권까지 하나로 묶는 엄청난 확장성을 보여줬다. 반면 진보진영의 역사는 ‘독재항거’로 보수진영에 비하면 범위가 다소 한정돼 있다. 항일투쟁부터 촛불혁명까지 진보진영의 정통성을 하나로 묶는 작업이 필요했다.”

또한 ‘100주년 기념’은 남북 간 역사적 교집합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도 찾을 수 있다. 1945년 광복 이후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면, 반공과 남북대치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시기를 1919년으로 앞당기면 이야기의 초점은 달라진다. 일제에 맞서 항거한 독립투사들은 남북 공동의 자랑스러운 선조가 된다. 남북 간 공통분모의 확대는 평화정착에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열린 3.1운동 100주년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70년을 이어온 남북분단과 적대는 독립운동의 역사도 갈라놓았다”며 “남과 북이 독립운동의 역사를 함께 공유하게 된다면 서로의 마음도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위원회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사업까지 구상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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