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지역의 향토 주류기업 보해양조가 경영난으로 인해 구조조정에 착수한다. / 보해양조
광주.전남 지역의 향토 주류기업 보해양조가 경영난으로 인해 구조조정에 착수한다. / 보해양조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광주전남의 향토기업 보해양조가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야심차게 추지해온 수도권 진출 실패의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2년 만에 적자 전환의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구조조정을 통한 조직 슬림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 실적난에… 조직 슬림화 나선 향토 주류기업

‘부라더 소다’로 유명한 향토 주류업체 보해양조가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28일 보해양조에 따르면 이 회사는 26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조직 통폐합에 착수키로 결정했다. 권고사직과 희망퇴직 안건도 처리됐다. 조직 통폐합 후 부서에 배치되지 못한 직원은 자동적으로 권고사직 대상이 된다. 또 입사 2년차 이상, 만 58세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올 연말까지 희망퇴직을 접수를 받는다.

보해양조는 이날 사내 전산망을 통해 “현재 회사 상황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생존 문제와 직결되는 위기상황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 된다”며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긴급이사회에서 조직 통폐합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실제 보해양조는 올해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3분기 누적 영업손실 규모는 82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207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누적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8% 감소한 609억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를 근거로 업계에서는 보해양조가 2년 만에 또 다시 적자의 수렁에 빠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비록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전년의 대규모 손실(영업적자 60억)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올해를 포함한 최근 3년 사이 주요 경영 지표가 악화되면서 회사의 곳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분기 기준 보해양조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24억원에 달했던 2015년에 비해 5분의 1수준이다. 당기순손실 발생으로 인한 결손금 증가로 인해 자본총계도 줄고 있다. 3분기 보해양조의 자본총계는 797억원 가량으로 지난해 기말 대비 20% 감소했다.

◇ 수도권 진출의 뼈아픈 실패, 매각설은 “사실 무근”

이처럼 보해양조의 경영상태가 악화되기에 이른 건 ‘부라더소다’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보해 3세’ 임지선 대표는 자신의 젊은 감각을 내세운 실험적인 제품들을 시장에 내놨지만 소비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술탄오브콜라’(콜라칵테일), ‘언니네브루스’(장미향 소주), ‘아홉시반’(저도 소두) 등은 공격적인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제2의 부라더소다’라는 수식어를 얻지 못했다.

야심차게 추진한 수도권 진출 실패도 뼈아프다. 2016년 홈그라운드인 광주·전남 지역에서 벗어나 수도권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의 견고한 장벽에 부딪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되레 마케팅 등 판매관리비 지출 증가를 불러와 재정 부담을 가중시켰다. 2016년 보해양조는 판관비로만 50억원을 썼는데 이는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수도권 진출 실패의 후폭풍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신시장 개척에 나선 사이 안방에서의 지위마저 위협받게 됐다. 2000대 초반 90%에 이르던 보해양조 ‘잎새주’의 광주‧전남 점유율은 최근 60%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보해양조가 텃밭 관리에 소홀한 틈에 업계 선두 기업들이 영업망을 잠식해나간 것이다.

다만 보해양조는 일각에서 제기된 매각설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임을 분명히 했다. 구조조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매각설이 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에 대해 보해양조 측은 28일 입장문을 내고 “시중에 떠도는 매각설은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유포된 루머”라며 “이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고 광주·전남기업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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