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1년 전과 전혀 다른 상황 및 분위기 속에 연말연시를 맞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이 1년 전과 전혀 다른 상황 및 분위기 속에 연말연시를 맞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 이맘때, 세간을 들썩인 가장 큰 화두는 암호화폐였다. 연초 100만원 수준이던 비트코인 시세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입소문이 퍼지더니, 연말엔 광풍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28일 비트코인 시세(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기준)는 2,000만원을 넘나들었다. 당시 암호화폐 시세 상승세는 그야말로 폭주기관차였다. 10월 초 500만원 수준이었던 것이 11월 말 1,000만원을 넘어섰고, 약 열흘 뒤 2,000만원 고지를 정복했다. 이후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오르락내리락하던 시세는 올해 초 다시 급등세로 돌아서 2,500만원까지 올랐다.

여기까지였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이 규제 마련에 적극 나서고, 각종 악재들이 이어지면서 암호화폐 시세는 추락을 거듭했다. 2,500만원까지 올랐던 비트코인 시세가 3분의 1 수준인 800만원대까지 떨어지기까지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던 비트코인 시세는 11월 들어 재차 폭락해 300만원대 중반까지 내려앉았다. 28일 현재 비트코인 시세는 400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달라진 것은 시세만이 아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관심도 차갑게 식은 지 오래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거래량 자체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감소했다”고 말한다. 연일 암호화폐 관련 소식이 쏟아지던 뉴스에서도 이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최근 발생한 폭락과 끊이지 않는 악재는 암호화폐를 둘러싼 분위기를 더욱 냉랭하게 만들고 있다. 11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이어진 하락세는 그나마 남아있던 희망과 관심마저 떠나가게 만들었다. 빗썸의 경우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로그인만 해도 자동 참여되는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경품으로 내건 15비트코인의 가치가 당초 ‘1억원 상당’에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며 씁쓸함을 남겼다.

이 와중에 불거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임직원 사기혐의 피소 소식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검찰은 허위 가상화폐를 판매하고, 거래량이 많은 것처럼 속인 혐의를 적용해 업비트 임직원들을 기소했다. 그동안 암호화폐를 둘러싼 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았는데, 업비트의 혐의는 규모나 내용 면에서 가장 충격적이다. 업비트 측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신뢰 하락은 불가피해졌다.

다만, 암호화폐 시장이 마냥 사양길에 접어든 것은 아니다. 시세는 전반적으로 크게 하락했지만, 신규 암호화폐가 대거 등장하며 다양성은 확대됐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4,000억원에 매각되는 등 굵직한 투자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암호화폐는 물론 블록체인 기술의 실생활 적용 움직임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한 암호화폐 관계자는 “지난해 투기 광풍을 가라앉히기 위한 대책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제도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당장은 거래량과 관심이 모두 크게 감소해 비관적인 시선이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암호화폐의 연착륙이 가능해질 것이란 긍정적인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에 있어 2017년이 뜨거운 한 해였다면 2018년은 차가운 한 해였다. 1년 새 정 반대의 행보를 보인 암호화폐 시장이 내년엔 또 어떤 국면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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