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민정수석(좌)의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우)은 검찰의 사법통제권이 강화돼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뉴시스
조국 민정수석(좌)의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우)은 검찰의 사법통제권이 강화돼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권력기관의 민주적 개혁’은 중요성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수위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농단이 발생한 것도 따지고 보면 ‘살아있는 권력’에 무력했던 수사기관에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수사기관 개혁을 통해 권력에 눈치보지 않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개혁추진의 중심에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있다. 올해 1월 중순 조국 민정수석은 “권력기관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했더라면 반헌법적 국정농단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했다. 개혁안에는 검찰의 수사권 일부를 경찰로 이양하는 한편, 자치경찰제를 도입해 경찰 조직을 분산시키는 방안이 포함됐다. 국정원은 대공수사에 손을 떼고 정보수집에만 집중하는 기관으로 그 성격을 바꿨다.

◇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문무일의 반기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의 반발은 작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던 문무일 검찰총장부터 반기를 들었다. 문 총장은 3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가경찰이 수행하게 될 범죄수사는 (검찰의) 사법통제가 유지돼야 한다”며 경찰로의 일부 수사권 이전에 반대견해를 내놨다. 물론 자치경찰제 도입, 검찰 조직 축소 필요성을 언급하며 청와대와의 직접적인 충돌은 피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 내 반감이 크다는 점은 분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안전행정부 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들의 합의로 정부 개혁안이 만들어졌다. 국회는 사법개혁 특위를 출범시키고 정부안 논의에 착수했다. 검찰 독립성 강화 및 수사권 축소라는 방향성에는 여야 의원들 사이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문 총장은 사개특위 출석 때마다 수사권 조정은 자치경찰제 도입과 함께 진행돼야 하며, 국가경찰에 대한 검찰의 사법통제는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설치는 자유한국당의 강력한 반대로 가로막혀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공수처 설치를 통해 검찰 권한의 일부를 분리한다는 방침이지만, 한국당은 권력의 ‘시녀’로 작용하거나 혹은 옥상옥 구조가 만들어질 것을 우려한다. 현재 공석으로 있는 특별감찰관 제도부터 청와대가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한국당의 주장이다.

올해 1월 조국 민정수석이 발표한 검경수사권 조정 등 권력기관 구조개혁안. /청와대 제공
올해 1월 조국 민정수석이 발표한 검경수사권 조정 등 권력기관 구조개혁안. /청와대 제공

◇ 법원 자체개혁안 오히려 ‘후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의혹에서 논의가 촉발된 사법부 개혁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재판권과 행정권이 법관에 집중돼 있는 현 법원의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사법부의 개혁안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13일 사법행정회의 구성원에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법원사무처장을 넣었다가 여야 의원들로부터 ‘개혁후퇴’라는 비판을 받았다.

더구나 내년부터 국회는 총선국면에 접어들기 때문에, 입법부에 의한 사법부 개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다고 행정부가 나서는 것도 권력분립 원칙상 적절치 않기 때문에 지켜보는 것 외에 뾰족한 다른 수가 없다. 사법부 출범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이 “잘못이 있었다면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28일 김상환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에서도 문 대통령은 “법관은 판결로써 말한다는 말이 있는데, 워낙 공정하고 단호하게 판결 하는 것으로 유명하신 분이니 대법관으로서 잘해주시리라 믿는다”면서 “법원이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 있는데 빨리 국민들의 신뢰를 찾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달라”고 법원 스스로의 개혁을 거듭 촉구했다.

‘사법개혁’이 전체적으로 더디게 진행되는 가운데, 조국 민정수석은 특감반원 비위행위 논란으로 발목이 잡혔다. 자유한국당은 나아가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를 근거로 민간인 사찰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결국 조 수석은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 민정수석으로는 이례적으로 국회 운영위에 출석하게 됐다. 여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 동력을 떨어뜨리려는 정치적 의도로 의심한다. 안민석 의원은 “조국이 물러나면 적폐청산의 동력이 급격히 상실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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