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지리테일, 형지쇼핑 등 형지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과 재무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구에 자리한 아트몰링 장안점 전경. / 네이버 지도
형지리테일, 형지쇼핑 등 형지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과 재무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구에 자리한 아트몰링 장안점 전경. / 네이버 지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중견패션 기업의 강자 형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주력 사업회사인 패션그룹형지를 제외한 대표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과 재무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

◇ 제 몫하는 패션그룹형지… 나머지는?

형지그룹에서 제 몫을 해내고 있는 건 간판 계열사인 패션그룹형지 정도다. 그룹의 신성장동력인 라이프스타일 쇼핑몰 아트몰링(100%)을 비롯해 꺄스텔바쟉(골프웨어‧64%), 가움(건설업‧100%) 등을 거느리고 있는 패션그룹형지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소폭(2%) 감소한 5,042억원에 그쳤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45%늘면서 수익성이 신장됐다. 2016년 231억원 규모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337억원으로 늘었다. 23억원에 이르던 당기순손실도 113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이는 지난해 3월 부산 사하구에 첫 개장한 아트몰링이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성취한 성과라 더욱 고무적이다.

이를 제외하면 형지에서 경영 상태가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을만한 곳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 지배구조상 중간지주사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형지엘리트는 좀처럼 적자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년간 누적 영업손실 금액은 94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쌓인 당기순손실은 401억원에 육박한다.

올해 전망 역시 어둡다. 첫 단추격인 지난 1분기(7~9월)에 지난해 동기와 비슷한 9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반복된 손실로 인해 2015년 578억원에 달했던 이익잉여금은 155억원으로 급락했다. 형지엘리트의 부진은 아이비클럽, 스마트, 더엔진(스쿨룩스)과 같은 경쟁사들이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리테일‧쇼핑

형지엘리트의 위기감은 최근 단행한 경영 효율화 작업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형지엘리트는 지난달 말 총판 관리 시스템을 없애고 지점 관리 체제로 변경키로 했다. 아직 그 효율성이 입증되지 않은 새 유통 시스템을 도입해서라도 판관비 등 지출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형지엘리트의 3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는 형지리테일(11.91%)의 사정도 비슷하다. 4년째 흑자 실현에 실패하고 있다. 140억 가량이던 영업손실 규모는 지난해 178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재무 상태도 악화일로다. 형지엘리트는 2016년 결손금 규모가 납입 자본금을 추월하면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당시 마이너스 14억원이던 자본총계는 지난해 마이너스 57억원으로 늘면서 더 깊은 자본잠식의 늪에 빠졌다.

자본잠식에 빠진 건 형지리테일만이 아니다. 2013년 아울렛 유통 사업을 위해 설립된 형지쇼핑은 5년째 완전자본잠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2015년 인수한 형지에스콰이아도 그룹에 부담을 안기고 있다. 형지 품에 안긴 최근 2년 동안 각각 49억원, 39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지난 7일 모기업 형지엘리트(99%)는 208억 규모의 유상증자 실시 계획을 밝혔는데,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형지에스콰이아 인수로 가중된 재무부담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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