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이 실적 악화와 과징금 악재로 고심에 빠졌다./코리안리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이 실적 악화와 과징금 악재로 고심에 빠졌다./코리안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새해를 맞는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재보험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오며 승승장구해왔던 회사가 올해 고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코리안리는 실적 악화와 과징금 제재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내년에는 이를 만회할 타개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시장 독점에 대한 외부 압박이 만만치 않아 그의 고민이 깊어질 모양새다.  

◇ 이익 줄고 독점적 지위도 흔들

코리안리는 국내 유일의 재보험 전업사다. 재보험은 보험사가 인수한 계약의 일부를 다른 보험사에 인수시키는 것으로 일종의 ‘보험을 위한 보험’으로 불린다. 코리안리의 1963년 국영인 대한손해재보험공사로 출범해 1978년 민영화됐다. 이후 고(故) 원혁희 코리안리 명예회장이 1998년 10.15%의 지분을 취득하고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현 체제를 갖추게 됐다. 

원 사장은 고(故) 원혁희 전 코리안리 회장의 삼남으로 2세 경영인이다. 그는 1986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뉴욕주재사무소장, 기획관리실 기획전략 차장, 경리부 부장, 이사대우, 상무대우, 전무 등을 거쳐 2013년 6월 사장에 취임한 바 있다. 당시 코리안리는 원 사장의 취임과 함께 전문경영체제를 마감하고, 2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15년간 회사를 이끌며 코리안리를 아시아재보험사 1위로 도약시킨 전문경영인인 박종원 전 사장이 그에게 경영 바통을 넘기고 물러났다. 

내년이면 취임 6년째를 맞는 원 사장의 어깨는 무겁다. 최근 몇 년간 코리안리의 실적 성장세가 신통치 못해서다. 코리안리의 순이익은 2015년 1,86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6년부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6년 순이익은 1,600억원, 2017년 1,330억원으로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그 감소세가 더 두드러졌다. 올해 코리안리는 3분기(1월~9월) 누적 순이익은 987억원으로, 전년대비 38% 감소했다.

특히 3분기에는 대규모 적자까지 기록,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3분기 코리안리는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153억원, 순손실 143억원을 냈다. 이는 전년대비 모두 적자전환 실적이다. 일본 태풍 ‘제비’로 인해 281억원의 손실을 본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외에도 콜롬비아 발전소, 호주 가스전 파손사고 등 고액의 사고가 발생하면서 손실 규모가 더 커진 바 있다.

주가도 동력을 잃었다. 지난 5월말 1만3,000원대까지 올랐던 코리안리의 주가는 하반기 들어 하향세를 타더니, 최근에는 8,600원대까지 낮아졌다. 3분기 ‘어닝쇼크’ 실적 발표 후, 투자심리는 더 냉각된 분위기다. 

◇ 2019년 '내실경영의 해' 선언… 돌파구 마련할까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코리안리의 재보험 시장 독과점 체제도 위기를 맞고 있다. 코리안리는 국내 재보험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사업자다. 특히 항공재보험 시장에서 점유율은 최근 5년간 88%에 달한다. 그런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코리안리가 항공재보험 시장에서 해당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사업자의 진입을 배제했다고 보고, 76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코리안리는 1999년부터 국내 손해보험사들과 ‘항공보험 재보험 특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이 산출한 요율로만 원수보험을 인수하도록 하고 자신하고만 거래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국내 손보사와 거래하고자 하는 해외재보험사 또는 국내 손해보험사와 해외재보험사를 중개한 보험중개사에게 불이익을 제시한 사실 등도 적발됐다. 업계에선 이번 제재를 기점으로, 코리안리의 독과점 구조에 대한 개선 압박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원 사장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르는 모양새다. 원 사장은 새해인 2019년을 ‘내실경영의 해’으로 정했다. 이를 위해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과감하기 정리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 바 있다. 내년은 ‘황금돼지의 해’다. 1959년생 돼지띠인 원 사장으로서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해다. 과연 세간의 우려를 딛고 ‘반전의 활약’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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