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공무원들의 잇따른 폭로로 청와대가 다소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뉴시스
전직 공무원들의 잇따른 폭로로 청와대가 다소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전직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청와대의 민간기업 인사개입 정황을 폭로했다. 자신의 얼굴과 함께 현직 공무원 학원 강사라는 신분을 밝힌 신재민 전 사무관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취지에서 이 같은 폭로를 했다고 밝혔다. ‘도덕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가 다소 곤혹스런 상황에 처하게 됐다.

신 전 사무관이 26일부터 양일에 걸쳐 유튜브를 통해 제기한 의혹은 ▲청와대의 KT&G 사장 인사개입 ▲서울신문 사장 인사개입 ▲8.7조 국채발행 지시 등 세 가지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 5월 MBC의 ‘KT&G 사장 선출 정부개입 의혹’ 보도에 나온 기획재정부 문건을 제보한 당사자였으며, 당시 “사장 인사를 개입하려던 상황에서 민영화된 민간기업의 관리방안 지시가 (차관으로부터) 나오는 것을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 “청와대가 KT&G 사장교체 지시”

사장교체 지시를 청와대가 내렸다고 추정한 근거로 서울신문 사장 교체건과 연관해 설명했다. 그는 “KT&G 사장 교체건 말고 서울신문 사장을 교체하려고 시도했던 적이 있다”며 “청와대에서 지시한 건 중 KT&G는 잘 안 됐지만 서울신문 사장 건은 잘 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간기업인 KT&G 사장교체에 청와대가 개입하려 한 것과 지난 정권이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청와대가 2017년 중순 8조7,000억원의 국채 추가발행을 강압적으로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예고했던 국채 조기상환을 하루 전에 갑자기 취소한 것 역시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고 했다. 신 전 사무관은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면 연간 이자가 2,000억원 발생하고 경제 전체 파급효과가 크다”며 “왜 전문성도 없는 청와대 수보회의에서 (국채 추가발행을) 결정하느냐”고 성토했다.

보수진영에서는 청와대의 국채 추가발행 강압과 관련해 재정 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있을 것으로 의심한다. 2017년 국채발행 등으로 국가채무 비율을 높인 뒤, 문재인 정부 집권 후 재정상황이 나아졌다고 포장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것이다. 신 전 사무관에 따르면,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가 국채 추가발행과 관련해 “정무적 고려”라는 말을 사용했다고 한다.

기재부는 31일 긴급브리핑을 열고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KT&G 관련 동향 보고는 주무기관으로서 법에 따라 경영현황을 파악하려 한 것이지 인사개입을 위한 목적이 아니었으며 청와대의 지시는 없었다는 게 기재부의 해명이다. 또한 국채 추가발행은 기재부 내부에서 토론을 거쳐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며, 여기에도 청와대의 개입은 없었다고 했다.

◇ 해명했지만 국정동력 타격 우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이 31일 긴급브리핑을 열고 신재민 전 사무관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뉴시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이 31일 긴급브리핑을 열고 신재민 전 사무관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신문 사장 교체 의혹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해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서울신문 전 사장은 임기 마치고 후임 인사가 늦어져 임기 2개월을 넘겨 재직했다”며 “(청와대가) 사장교체를 시도했다면 서울신문 기자들이 내용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기재부가 서울신문의 1대 주주라는 점도 참고해달라”고 했다. 서울신문 측은 새 사장 선임을 위해 주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했고 기재부도 합법적 절차에 따라 주주권리를 행사했다고 밝혔다.

당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폭로로 시작된 민간인 사찰 의혹 정국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신재민이라는 공익제보자가 나타났고, 제2 제3의 공익 제보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의와 도덕성을 앞세운 위선과 일탈에 대해 양두구육 정권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는 조심스럽게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이 기재부 출신인 만큼, 1차 대응을 기재부로 일원화한 채 의혹에는 말을 아꼈다. 김태우 전 특감반원과 건건이 진실공방을 벌여 논란을 더 키웠던 과오를 다시 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청와대는 조국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 출석을 계기로 이번 논란을 완전히 털어내고 3년차 국정운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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