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이 1월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는 1심과 달리 증인들을 대거 법정으로 부른 뒤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피력할 계획이다. /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이 1월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는 1심과 달리 증인들을 대거 법정으로 부른 뒤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피력할 계획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뇌물과 횡령 혐의에 대한 1심에서 증인을 한 명도 신청하지 않았다. 그것이 ‘금도’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변론을 맡고 있는 강훈 변호사를 통해 “대부분 증인들이 같이 일을 해왔던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이 검찰에서 그와 같은 진술을 하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인데 그 사람들을 법정에 불러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는 추궁을 하는 게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금도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대신 MB는 증거인부서를 제출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법정에서 사용하는데 동의하되 그 내용은 법정에서 다투겠다는 취지였다. 증거와 관계된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는 객관적 증거를 찾아내면 된다”고 판단했던 것. 하지만 전략은 실패했다. MB는 1심에서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과 추징금 82억 7,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논란의 핵심이었던 다스 소유주도 MB로 지목됐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증인 없는 재판’을 패착 요인으로 꼽았다. 증인들의 진술이 1심 판결문에 적극 인용됐기 때문이다.

◇ 항소심 증인 무더기 신청… 재판부 15명 채택

전략 수정이 불가피했다. 강훈 변호사의 말처럼 “1심에서 인용한 진술들의 타당성을 확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MB는 항소심에서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총 15명을 채택했다. 강훈 변호사는 “정황만 가지고 다퉜던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증인들이 검찰에서 어떤 의미로 진술했는지 구체적으로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은 내달 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 심리로 항소심 첫 공판기일이 열린다. MB도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다.

증인 출석은 두 번째 공판기일부터다. 가장 먼저 법정에 오르는 증인은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수서를 통해 “미국의 대형로펌 에이킨검프에서 근무하던 김석한 변호사에게 부탁을 받고 MB의 미국 내 법률문제 소요 비용을 삼성이 대신 납부하게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다. 공개된 피의자신문조서에도 “대통령을 지원하는 게 여러 가지로 회사에 도움을 기대한 것은 맞다”면서 “이건희 회장이 사면된 점에도 도움이 됐으리라 생각한다”고 적혀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의 진술은 MB가 삼성 뇌물 혐의에서 유죄를 선고받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MB는 부인했다. “사면대가로 삼성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MB는 항소심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계획이다. 여기서 무죄를 이끌어낼 경우, MB가 받은 것으로 알려진 뇌물 111억원 가운데 가장 큰 비중(67억 7,000만원)을 덜어내게 된다. MB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도 증인으로 불렀다. 이학수 전 부회장과 진술이 어긋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에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사진에서 왼쪽부터)이 제일 먼저 출석한다. 이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강경호 전 다스 사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이 차례로 증인대에 오른다. / 뉴시스, SBS뉴스 캡처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에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사진에서 왼쪽부터)이 제일 먼저 출석한다. 이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강경호 전 다스 사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이 차례로 증인대에 오른다. / 뉴시스, SBS뉴스 캡처

세 번째 공판기일에는 강경호 전 다스 사장과 처남인 권영미 전 홍은프레닝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두 사람 모두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증명할 핵심 증인으로 꼽힌다. 특히 권영미 전 대표는 MB의 처남댁이다. 남편인 고 김재정 씨가 김윤옥 여사의 남동생으로, 생전 다스의 최대주주였다. 그의 사망 이후 권영미 전 대표는 상속세 416억원을 주식으로 물납해 스스로 기업 지배권을 잃었다. 이와 관련 검찰은 권영미 전 대표로부터 “다스 재산 상속에 대해 MB와 상의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MB의 입장은 기존과 변함없다. “물정을 모르는 처남댁을 대신해 재산 내역을 보고받고 관리만 해줬을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김재정 씨의 재산을 상속받아 (자녀들 결혼 자금 등으로) 사용했다”는 게 MB 측의 설명이다. 나아가 “김재정 씨가 다스 비자금으로 호화생활을 누리며 사업 실패 및 주식투자 손실을 메꾸는 데 사용”한 점을 주장하고 있다. 일단 MB로선 권영미 전 대표와 얽힌 의혹을 해소하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의 증인 신청은 불발된 상태다.

이외 제승완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이 MB의 항소심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된다. 이들에 대한 신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대통령 재임시절 가까운 사이였으나, 법정에서 원수로 다시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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