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국정농단 사건들의 판결은 물론 미투운동에 따른 성범죄 판결들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국정농단 사건들의 판결은 물론 미투운동에 따른 성범죄 판결들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올해도 굵직한 판결들이 많이 나왔던 해였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중형 선고는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기업인들의 판결도 있었다. 올해 초 서지현 검사의 폭로에서 촉발된 ‘미투 운동’은 재판을 임하는 검찰과 사법부의 인식 변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들 판결은 뇌물죄에 있어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는 기준과  성범죄 사건에서 위력의 행사 및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 등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낳기도 했다. 이 같은 논쟁의 결과가 내년에 있을 최종 판결에 반영될지 여부도 관심이 모아진다.

◇ 검찰·사법부 경종 울린 ‘미투’ 사건들

시작은 올해 1월 서지현 검사의 폭로에서 비롯됐다.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과거 한 장례식장에서 서 검사를 추행하고, 인사보복을 했다는 것. 하지만 안 전 국장의 재판은 이제 1심 결심공판이 마무리된 상태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다시는 서지현 검사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중형을 선고해야 한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선고 결과는 내년 1월 23일 나올 예정이다.

안 전 국장의 선고가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올해를 대표하는 미투 재판은 안희정 전 지사와 이윤택 전 예술감독 사건으로 기록됐다. 두 사건 모두 폭로 과정도 재판 과정도, 재판 결과도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또한 두 사건 다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피해자들의 폭로로 재판이 시작됐지만, 안 전 지사는 무죄가, 이 전 예술감독은 실형이 선고됐다.

이윤택(왼쪽) 전 예술감독과 안희정 전 지사의 판결은 위력의 행사 여부가 재판의 쟁점이 됐다. 현재 기준 이 전 감독은 실형이, 안 전 지사는 무죄가 선고돼 논란이 되고 있다. /뉴시스
이윤택(왼쪽) 전 예술감독과 안희정 전 지사의 판결은 위력의 행사 여부가 재판의 쟁점이 됐다. 현재 기준 이 전 감독은 실형이, 안 전 지사는 무죄가 선고돼 논란이 되고 있다. /뉴시스

두 사건은 재판의 쟁점 역시도 업무상 위력의 행사였다. 또한 대부분 성범죄 사건들이 그렇듯 증거보다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무죄를 가르는 주요한 기준이 됐다. 우선 이 전 감독에게 실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신변까지 공개하면서 폭로를 하고 피고인 역시 기자회견을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면서 “피해자들의 고소의 진정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안 전 지사의 재판은 결과는 물론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심리 과정에서 대부분의 질의는 피고인인 안 전 지사가 아닌 김지은 씨에게 돌아갔다. 판결문 곳곳에서도 문제적인 인식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피해를 당한 후에도 피고인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거나 피고인에게 존경을 표하는 발언을 했다며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기도 했다.

더욱이 ‘담배를 방문에 두고 왔다면 간음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해자를 탓하는 듯한 문구도 있었다. 시민사회계는 2심 재판이 막 시작된 안 전 지사의 항소심 재판부를 향해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위력은 존재하지만 행사는 하지 않았다’는 1심 재판부의 오류도 바로 잡을 것을 요구했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심문이 아닌 피고인 심문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는 유·무죄를 떠나 성범죄 사건을 대하는 사법부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다.

안 전 지사의 항소심 선고는 내년 2월에 열린다. 마찬가지로 내년에 열릴 전망인 안 전 지사와 이 전 감독의 대법원 선고는 향후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주요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선고를 남겨두고 있다. 두 기업인 모두 1심과 2심에서 실형과 집행유예를 각각 선고받았다. /뉴시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선고를 남겨두고 있다. 두 기업인 모두 1심과 2심에서 실형과 집행유예를 각각 선고받았다. /뉴시스

◇ 끝나지 않은 ‘국정농단’ 사건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금은 잊혀진 국정농단 사건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특히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기업인들은 유죄와 무죄, 실형과 집행유예가 번갈아 선고돼 주목을 받았다. 쟁점은 뇌물죄에 있어 ‘묵시적 청탁’이 있었느냐 여부다. 현 단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가 무죄로 뒤집혀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됐다.

반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심과 2심 모두 ‘묵시적 청탁’이 인정됐다. 다만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항소심 재판부는 “책임을 엄히 묻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요구해 수동적으로 응했고, 불응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움을 느낄만한 상황이었다”는 게 항소심의 설명이다.

신동빈 회장 측은 재판 내내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금전을 지원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두려움을 느꼈다는 신 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도, 면세점 사업이라는 현안이 존재했기 때문에 청탁이 성립한다고 봤다. 하지만 뇌물죄를 인정하면서 면죄부를 줬다는 점에서 항소심 재판부 역시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뒤집고 ‘경영 승계’라는 현안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승계를 도운 혐의로 구속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실형을 선고받아 논란이 됐다. 이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는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기 갈리는 만큼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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