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이른바 경포대 프레임으로 문재인 정부 비판에 나서는 모양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이른바 경포대 프레임을 꺼내들었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경포대’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경포대는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는 뜻이다. 한국당은 한국 경제가 어려워진 이유를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실패’에서 찾고 있다.

한국당의 경포대 발언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포대’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005년, 경기도지사 시절 노무현 대통령에게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고 비판한 데서 유래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 경제정책의 잇따른 실패로 부동산 시장이 혼란해지는 상황을 비판하기 위해 꺼낸 말이었다.

최근 경제 지표가 나빠지자 한국당은 ‘경포대’ 프레임을 재차 꺼내 들었다. 한국당이 꼽은 대표적인 문재인 정부의 실책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다. 한국당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인해 기업과 중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2일 논평에서 지난해 경제성장과 관련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 부작용을 감내해야 했던 한 해”라고 평가했다.

한국당은 ‘소득주도성장 폐기·경제 활력 되살리기’ 특별위원회(이하 소득주도성장 폐기특위)도 꾸렸다. 소득주도성장 폐기특위 위원장인 김광림 의원은 지난달 28일,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로 소득을 늘리고 소비도 확대시켜 성장률까지 끌어올리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마술같이 달콤했던 것’이라고 규정하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선보인 지) 1년 6개월만에 한국경제를 위기의 목전으로 내몰고 있다”고 힐난했다.

한국당은 또 한국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했다. ‘긴급 재정경제 명령권’을 발동해 규제혁신과 노동개혁 법안 처리에 나서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규제개혁과 노동개혁 등을 통해 기업이 실질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서지 않는 이상 ‘기업주도 일자리 생성’은 어렵다는 게 한국당의 평가다.

한국당은 또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인 ‘J노믹스’ 대안으로 ‘I노믹스’를 내놨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I노믹스’라는 새 경제기조는 규제는 축소하고 노동시장 유연안정성과 중소·중견기업 성장사다리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포대’ 프레임으로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한 데 대해 직접 반박했다.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문 대통령은 “성과가 있어도 우리 사회에 ‘경제 실패’ 프레임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어 그 성과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며 “취사선택해서 보도하고 싶은 것만 부정적으로 보도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으로 거둔 소기의 성과마저 저평가 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문 대통령이 직접 반박한 대상이 언론이지만, 이는 한국당의 ‘경포대’ 비판도 해당된다.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경포대’ 비판에 휘둘렸던만큼 이를 일찌감치 차단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반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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