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자회사인 DGB자사운용 사장 인선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새해부터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삐거덕 거리는 모양새를 연출해서다. 최근 DGB금융지주는 DGB자산운용 신임 대표이사로 강면욱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내정했다가 선임을 보류했다. 자격 논란을 고려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 강면욱 DGB자산운용 사장 선임 보류... 자격 시비에 발목  

DGB금융지주는 당초 지난해 12월 31일 주주총회를 열고 강면욱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DGB자산운용 대표로 선임하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보류했다. 같은 날 정부가 DGB자산운용을 올해부터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대상 영리사기업체’에 포함한다고 고시하면서 벌어진 일로 보인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국민연금 CIO는 퇴직 후 3년간 업무 연관성이 있는 ‘퇴직공직자 취업제한대상 기업’에 재취업할 수 없다. ‘퇴직공직자 취업제한대상 기업’은 정부가 매년 선정해 관보에 고시하고 있다. DGB자산운용은 DGB금융이 2016년 LS자산운용을 인수해 만든 신설법인으로, 이번에 해당 명단에 포함됐다. 

강 전 본부장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7월까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맡고 퇴진한 인사다. 올해부터 DGB자산운용이 취업제한대상 기관에 포함되는 만큼, DGB금융이 당시 주총일날 선임을 강행했다면 취업제한 적용을 피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자격 시비 논란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선임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  

강면욱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사실 이번 인사는 내정 단계부터 뒷말이 적지 않았다. 강 본부장은 기금운용본부장에서 퇴직한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상태다. DGB자산운용이 지난해까지 취업제한대상 기관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업무 연관성을 감안하면 잡음이 나올만한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연기금 자산을 위탁 운용하는 기관으로, 자산운용사업계에도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로써 DGB자산운용 수장 인선은 당분간 안갯속을 헤매게 됐다. DGB금융 측은 법률자문을 거친 뒤 선임 절차를 다시 논의할 방침이다. 다만 사전에 충분한 인사 리스크를 고려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모양새다. 

◇ 인사 혁신한다더니... 잡음 연달아 노출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행장 인선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가운데 또 다른 부담이 얹어졌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장 자리는 9개월 넘게 공석 상태다. 최근들어 행장 선임 절차가 본격화됐지만 지주와 은행 이사진 간의 마찰이 완전히 봉합된 상태라는 아니라는 점에서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는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삐거덕거리는 모습을 연출했으니 김 회장의 고민은 깊을 수 밖에 없다. 

김 회장은 지난해 5월 DGB금융지주 회장으로 올랐다. 당시 DGB금융은 비자금 조성과 채용 비리로 휘청이고 있던 때다. 김 회장은 취임 후 기관 신뢰 회복을 위해 강한 인적 쇄신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7월에는 기존 임원 중 65%를 교체하는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또 지배구조선진화 방안을 주도적으로 마련, 자회사 CEO의 선임 과정을 투명성을 높였다.  

하지만 인적 쇄신 작업이 마냥 녹록지 않은 모양새다. 당시 해임된 일부 임원들이 인사 조치에 반발하면서 내부 갈등이 극심했고 지금까지도 후폭풍은 이어지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노출된 잡음도 여전히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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