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극단적 행동을 시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가 폭로한 내용의 진위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는 야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 뉴시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극단적 행동을 시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가 폭로한 내용의 진위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는 야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유서를 쓰고 극단적 행동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하나였다. 자신의 폭로를 믿어달라는 것이다. 그는 3일 오전 출신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마지막 글’이라며 “죽음으로라도 제 진심을 인정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자살 의심으로 경찰에 신고한 것은 대학 친구였다.

친구는 해당 글이 게시되기 전 신재민 전 사무관으로부터 “요즘 힘들다. 행복해라”는 내용의 예약 문자메시지를 받고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서울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신재민 전 사무관을 발견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병원으로 신재민 전 사무관을 이송한 소방당국에선 “구조 당시 의식이 있는 상태로,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심신이 안정되면 퇴원 조치될 예정이다. 이로써 사건은 반나절 만에 종료됐다. 실종 신고에서부터 병원 이송까지 긴박하게 돌아갔지만, 결국 해프닝으로 끝난 셈이다.

하지만 사건이 미칠 정치권의 파장은 적지 않다. 상임위(기획재정위원회) 소집을 요구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 “신재민과 김태우는 달라”… 기재위 소집 가능성

앞서 여야는 기재위 소집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야권에선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상임위 소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여권에선 “쓸데없는 정쟁으로 허비하면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원색적 비난도 나왔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 의혹 규명을 위한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소득 없이 끝났다는 점에서 “한국당이 참 지저분하다”고 꼬집은 것이다. 그때 만해도 상임위 소집은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현재 기재위원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따라서 신재민 전 사무관의 자살 시도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폭로와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폭로 사건은 ‘결’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신재민 전 사무관은 김태우 전 특감반원과 달리 본인이 전면에 나서 폭로 내용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기자회견을 열고 폭로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적자 국채 발행 의혹의 경우 자신을 ‘담당자’로 밝힌 뒤 “부총리가 숫자(39.4)를 주면서 그 숫자를 달성하기 위해 ‘국채 액수가 그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심신이 안정되면 퇴원 조치될 예정이다. / 뉴시스
신재민 전 사무관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심신이 안정되면 퇴원 조치될 예정이다. / 뉴시스

신재민 전 사무관은 지난해 7월 사표를 냈다. 이후 12월부터 정부의 KT&G 사장 교체 시도와 적자 국채 발행 압력을 폭로해왔다. 이에 기재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압력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도 정상적인 논의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적자 국채 발행은 실제 이뤄지지 않은데다 신재민 전 사무관이 지목한 차영환 국무조정실 2차장(당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이 연락한 것은 국채 발행 규모를 최종 확인하기 차원이었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기재부는 신재민 전 사무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혐의는 공무상 비밀누설이다. 현행법상 전·현직 공무원이 직무상 얻은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죄가 성립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혐의가 인정되려면, 신재민 전 사무관이 폭로한 내용이 비밀 유지가 필요할 만큼 가치가 있어야 한다. 현재 기재부가 폭로 내용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 내용에 가치가 있다고 보기엔 어렵다. 여기에 기재부의 딜레마가 존재한다. 반면 신재민 전 사무관은 폭로 내용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신재민 전 사무관의 자살 시도를 계기로 공세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을 ‘청년 공익신고자’로 규정한 뒤 “민주당은 돈을 벌기 위해 동영상을 찍는 사무관이라며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마지막까지 사지로 몰아넣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국민들의 염려가 컸다. 빠른 쾌유를 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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