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근 사장의 갑질 논란과 관련해 에어부산이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에어부산
한태근 사장의 갑질 논란과 관련해 에어부산이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에어부산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자사 승무원들에 대한 갑질 논란에 휩싸였던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이 후속조치로 인해 또 다른 논란에 휩싸였다. 다른 항공사들은 과거 국토교통부 지적을 받고 중단한 유료좌석 기내판매를 돌연 시작한 것이다. 에어부산은 규정 검토를 마쳤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돌연 잠정 취소한다고 밝혔다.

한태근 사장의 갑질 논란은 지난해 12월 17일 중국 싼야를 출발해 부산으로 향하던 항공기 내에서 시작됐다. 일부 승객이 유료좌석으로 이동을 요구하자, 승무원들은 다른 승객과의 형평성 및 규정에 따라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이들은 한태근 사장의 지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실제 해당 승무원들은 이후 경위서를 제출해야 했다.

이 같은 사건은 온라인 익명게시판을 통해 공분을 일으켰다. 특히 해당 승무원들이 이후 승진에서 배제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어 언론에 보도되며 논란이 확산되자 한태근 사장은 이름 정도만 아는 사이이며, 경위서를 받은 것은 서비스가 적절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내부 반발은 계속됐다. 온라인 익명게시판을 통한 불만 토로가 계속됐고, 조종사노조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조종사노조는 성명에서 “이번 사건은 에어부산 경영진이 직장질서를 무시하고 회사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무능한 직원 무시 경영에 대한 우려가 현실적 피해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이후 에어부산이 취한 조치는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에어부산은 최근 내부적으로 ‘유상좌석 기내판매 확대 실시’를 공지했다. 기존엔 온라인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었던 유료좌석을 기내에서도 판매하기로 했다며 구체적인 내용들을 안내한 것이다.

유료좌석 기내판매는 대다수 항공사들이 과거 실시했으나, 현재는 중단한 상태다. 복수의 LCC 관계자는 “과거 한시적으로 유료좌석 기내판매를 실시한 적이 있지만, 국토교통부의 지적을 받고 중단했다”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한태근 사장의 갑질 논란이 불거진 뒤 유료좌석 기내판매 확대를 실시했다. /에어부산 홈페이지
에어부산은 한태근 사장의 갑질 논란이 불거진 뒤 유료좌석 기내판매 확대를 실시했다. /에어부산 홈페이지

에어부산은 당초 관련 규정 검토를 마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항공기 내부를 3개 구역으로 나눠, 원래 좌석 구역에 있는 유료좌석만 기내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과거 국토교통부가 지적한 문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A존 좌석의 승객이 유료좌석을 구입해 이동하길 원할 경우 A존 내에 있는 유료좌석만 구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찬가지로 B존과 C존은 해당 구역의 비상구좌석만 기내에서 구입할 수 있고, 원래 좌석이 A존인 승객은 B존 또는 C존의 유료좌석이 남아있더라도 구입해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갑질 논란에 대한 사과 없이 교묘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에어부산 승무원은 온라인 익명게시판을 통해 “승무원 업무에서 벗어난 일을 시키는 것이며 사과 대신 꼼수로 피해가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항공업계에서는 에어부산이 업계 불문율로 여겨져 온 유료좌석 기내판매라는 무리수를 두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왔다.

그러자 에어부산은 돌연 유료좌석 기내판매를 잠정 취소한다고 밝혔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현장의 혼선과 매뉴얼 적용 문제 등이 있어 우선은 유료좌석 기내판매를 잠정 취소하기로 했다”며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한태근 사장의 갑질 논란과 이에 대한 내부반발이 계속되면서 에어부산은 뒤숭숭한 연초를 보내게 됐다. 지난해 말 상장과 이후 주가 고공행진으로 좋았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또한 한태근 사장의 리더십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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