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각) 조지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에 참석한 제롬 파월 연준의장(가운데). /뉴시스‧AP
4일(현지시각) 조지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에 참석한 제롬 파월 연준의장(가운데).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미국 최대 경제학회인 전미경제학회(AEA)가 4일(현지시각) 조지아에서 연례총회를 열었다. 1만여명의 경제인들이 참석해 세계 경제 전반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지만, 가장 큰 주목을 모은 것은 역시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 의장이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벤 버냉키와 재닛 옐런 등 전임 의장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시장의 최대 관심사인 기준금리 경로에 대해 비둘기파적 발언을 쏟아냈다.

◇ ‘유연성’과 ‘인내심’ 강조한 파월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은 ‘유연성’과 ‘인내심’으로 요약된다. “연준은 유연성을 갖고 금리정책에 접근할 것이며, 인내심을 가지고 경제 전반을 지켜보겠다”는 내용이다.

파월 의장은 자신이 말한 ‘유연성’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2016년의 사례를 들었다. 재닛 옐런 전 의장이 재임하던 2016년 당시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4회 인상할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실제로는 금리가 단 한 번 오르는데 그쳤다. 연준이 본격적인 금리인상 시기를 2017년으로 미뤘기 때문이다. “올해도 2016년과 같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연준이 금리를 3~4회 올릴 것이라던 시장의 전망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4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연준의 보유자산을 감축하는 ‘보유자산 축소계획’ 역시 예외가 아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정책이 작년 4분기부터 시작된 시장 혼란의 원인이 아니라고 믿는다”면서도 “보유자산 축소를 포함한 연준의 어떤 정책이라도 문제(시장 혼란)의 원인으로 밝혀진다면, 정책을 수정하는데 머뭇거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유자산 축소계획을 ‘자동조정장치’에 빗대며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던 작년 12월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한편 ‘인내심’ 발언은 연준이 금리인상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작년 12월 발표된 연준의 점도표에 따르면 미국의 장기금리는 3.0~3.25%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위해선 세 번의 금리 인상이 더 필요하다. 당초 올해 안에 연준이 장기금리 수준까지 금리를 올리는 시나리오가 유력했지만, 파월 의장이 이날 비둘기파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연내 1회 인상, 혹은 당분간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 “금융 불안” vs “실물경제 건강”… 3월 FOMC에 주목

CNBC는 4일(현지시각) 파월 의장의 발언에 대해 “투자자들이 원하던 말을 해 줬다”는 단평을 내놨다. 4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3.29%(약 750p) 상승했다. S&P500지수의 경우 지수를 구성하는 11개 분야가 모두 오르면서 3.43% 반등했다.

뉴욕 증시가 연준의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작년 11월 29일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바로 밑까지 왔다”고 발언했을 때 다우존스지수는 2.5%, S&P500지수는 2.3% 급등했다. 반면 “(경기둔화 우려가) 기준금리를 당장 동결할 정도는 아니다”는 코멘트가 나왔던 작년 12월 20일에는 다우존스지수가 350p 하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실망이 증시에 곧바로 반영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는 증권가에서 기준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에서도 엇갈린 예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서비스업체 BTIG의 수석 상품전략가 줄리안 엠마뉴엘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올해 중 금리인상 계획을 마무리할 것이며, 보유자산 축소계획 역시 6월에는 종료될 것”이라는 예상을 밝혔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연준이 과감한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없는 환경이 됐다는 것이 근거다. 파월 의장이 “보유자산 축소계획도 수정 가능하다”고 밝힌 것도 엠마뉴엘 전략가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반면 연준이 예정대로 금리를 3회 이상 올릴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금융시장과 달리 실물경제는 여전히 견고하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각) 발표된 미국 노동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2월 미국 내 취업자 수는 31만2,000명 늘어났으며(10개월 만에 가장 많은 증가폭), 한동안 정체됐던 평균임금 역시 반등에 성공했다. 고용과 임금의 개선은 민간소비를 진작함으로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제고하는 효과를 가지며, 이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근거가 된다.

오는 1월 29~30일(현지시각)에는 2019년의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다. 다만 이 날 연준이 금리 인상을 발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연준은 작년 12월 19일에 이미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며, FOMC에서 두 번 연속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10년 넘게 지켜왔다. 때문에 금리에 대한 연준의 입장을 확인할 무대는 3월 19~20일(현지시각)에 열리는 올해 두 번째 FOMC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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