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기업이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린 지난해 10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씨가 승소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기업이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린 지난해 10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씨가 승소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강제징용 사건 주심을 맡았던 김용덕 전 대법관에게 배상판결 확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던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7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이 ‘배상 판결이 확정되면 일본이 반발할 것’이라는 의견을 담당 재판부에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김용덕 전대법관이 담당 재판연구관에게 기존 판결을 뒤집을 논리를 개발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2014년 12월 작성된 문건에 따르면 김용덕 전 대법관은 당시 대법원 민사 총괄 재판연구관이던 황모 부장판사에게 “기존 판결이 잘못이었다고 하지 않으면서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인해 (배상을) 청구를 할 수 없다는 논리를 만들어보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대법원 소부에서 재상고심의 주심을 맡은 김 전 대법관을 지난달 말 참고인으로 소환, 이 같은 정황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또 양 전 대법원장의 의중이 김 전 대법관을 통해 재판연구관에게 전달되면서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개입이 실행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실제로 대법원은 2012년 5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소송을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후 신일철주금 등 전범기업들의 재상고로 2013년 8월 사건을 다시 접수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5년 넘게 시간을 끌다가 ‘사법농단’의 실체가 드러난 지난해 10월에야 전원합의체에서 배상 판결을 확정했다.

특히 소멸시효 문제는 청와대의 주요 관심사였다. 승소 판결이 확정되면 20여만 명으로 추산되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대거 소송을 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이는 외교부 문건에서도 나타났다.

외교부는 2016년 대법원에 낸 의견서에서 “피해자들이 한국 내 일본 기업들의 재산을 압류하는 극단적 상황을 맞게 되면 양국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부가 버틸 경우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는 나라로 인식되고 과거사 문제에서 갖고 있던 도덕적 우월성까지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소환조사를 앞두고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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