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게리시 USTR 부대표를 비롯한 미국 협상단이 베이징 웨스틴호텔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AP
제프리 게리시 USTR 부대표를 비롯한 미국 협상단이 7일(현지시각) 베이징 웨스틴호텔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미국과 중국이 2019년 첫 무역 협상을 가졌다. 제프리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필두로 한 미국 대표단은 7일(현지시각) 베이징을 찾아 중국 협상단과 무역불균형과 시장개입, 지식재산권 보호 등의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중국은 경제 분야를 총괄하는 류 허 국무원 부총리를 참석시켜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음을 알렸으며, 이달 말에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직접 류 허 부총리를 만날 것으로 보인다.

◇ 경제 어려운 쪽이 손 내민다… 급한 것은 누구

무역 전쟁을 주도하는 백악관의 강경파들은 미국이 경제적 우위를 바탕으로 협상을 이끌어냈다고 홍보하고 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7일(현지시각) “중국 정부가 관세로 인한 사회혼란을 막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발언했으며, 로이터통신은 6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은 서둘러 관세 문제를 해결하고 싶을 것이다. 중국 경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CNBC는 양국 대표가 협상테이블에 앉은 7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치킨게임’에서 중국에게 우위를 점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전세가 곧 역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는 무역 전쟁이 미국보다 중국 경제에 미친 충격이 더 큰 것으로 보이지만, 오는 봄에는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보고서가 근거였다. ‘치킨’은 속어로 겁쟁이를 의미하며, ‘치킨게임’은 어느 한 쪽이 겁을 먹고 포기할 때까지 계속되는 경쟁관계를 가리킨다. 미국과 중국 중 관세 압박을 더 오래 버틸 자신이 있는 국가가 무역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2017년 초 6.9%를 기록했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현재 6.5%까지 떨어진 상태지만, 최근 민간소비 성장률이 양호해 향후 수개월 이내에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은 감세정책의 효과가 사라지고 정부지출도 줄어들면서 경제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미국의 장기경제성장률을 1.8%로 추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정책과 정부지출 확대정책을 통해 무역전쟁의 역풍을 상쇄하는 효과를 냈지만, 재정상의 문제로 같은 정책들을 다시 시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일(현지시각) 발표된 애플의 1분기 실적 전망은 관세정책이 중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피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애플은 중국에서의 아이폰 판매가 감소한 것을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제시했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중국 경기의 둔화 자체가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을 겨냥한 관세정책이 미국 기업의 실적 둔화로 이어지는 부메랑 현상이 나타났다는 해석이다.

한편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망이 모두 부정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웨이젠궈 중국경제교류센터 비서장은 7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두 나라 모두 경제적 위험요인을 안고 있기 때문에, 이번 무역협상에서는 좋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 석유업계의 한 해 농사, 무역협상 결과에 달렸다

국제원유시장은 무역협상이 재개됐다는 소식에 가장 크게 반색한 곳 중 하나다. 서부텍사스유(1.18%)와 브렌트유(0.47%) 등 주요 유종들은 7일(현지시각) 대부분 가격이 소폭 상승했다. 가격상승폭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지난 3개월여 간 국제유가가 40% 가까이 무너졌던 것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반등이라는 평가다.

2019년의 국제유가 동향은 미‧중 무역 협상의 향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현재 국제무역계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현대 산업에 사용되는 석유의 수요는 국제무역량과 국제경제성장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경제계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은 석유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너지 애스팩트’의 암리타 센 수석 석유산업전문가는 7일(현지시각) CNBC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유가가 “너무 빨리, 너무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와 예상보다 느렸던 미국 원유생산량의 증가세가 유가 회복에 도움을 줬지만, 그보다는 원유에 대한 국제수요가 줄어든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컨설턴트 업체 ‘반다 인사이트’의 CEO 반다나 하리 역시 국제금융시장의 약세와 국제경제의 둔화를 유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뽑았다.

무역 협상이 결렬되고 미국이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국제 석유수요는 다시 위축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는 석유의존도가 큰 국가들의 경제 전반과 관련 산업계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2018년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수출액 역대 신기록(500억6,000만달러)을 썼지만, 12월 수출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상품 단가가 떨어진 가운데 수요는 여전히 저조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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