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청소년들이 고민을 털어놓기 위해 사용하는 익명 고민상담 모바일앱 ‘나쁜 기억 지우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 데이터 판매 의혹이 제기된 탓이다. /나쁜기억지우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청소년들이 고민을 털어놓기 위해 사용하는 익명 고민상담 모바일앱 ‘나쁜 기억 지우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 데이터 판매 의혹이 제기된 탓이다. /나쁜기억지우개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익명 고민상담 모바일앱 ‘나쁜 기억 지우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용자의 데이터를 판매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해당 데이터는 사용자가 게재한 글의 내용뿐 아니라 작성 시간, 위치정보 등 수집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포함된다. 그러나 ‘나쁜 기억 지우개’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9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청소년들이 고민을 털어놓기 위해 사용하는 익명 고민상담 모바일앱 ‘나쁜 기억 지우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나쁜 기억 지우개’가 사용자들의 정보를 정리해 판매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법령 위반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사실조사를 진행한다. 

이번 사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졌다. ‘나쁜 기억 지우개’가 지난해 10월 사용자의 앱에 전송한 데이터를 월 500만원에 판매하려고 시도했다는 의혹이다. 고객의 출생연도, 성별, 글 내용, 위치정보, 게재날짜 등 앱에 등록된 대부분의 데이터를 제3자에 넘기려고 했다는 문제다. 

‘나쁜 기억 지우개’는 2016년 출시된 뒤 이른바 ‘힐링앱’이라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실제 나쁜 기억 지우개 측은 ‘친구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들 그동안 혼자 끙끙 앓느라 얼마나 힘들었나요? '나쁜 기억 지우개'에 고민을 적어보세요. 따뜻한 익명의 사람들이 당신을 위로해줄 거예요. 기억하세요. 고민은 나눌 때 지워진다는 걸’이라는 홍보 문구를 통해 고객을 유인했다. 이후 10대들의 관심을 받으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만 50만건 이상 설치됐다.

문제는 IT기업들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발생한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대표적이다. 앞서 페이스북은 자사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페이스북 고객 8,700만명의 개인 정보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로 넘어간 것. 당시 유출된 데이터는 고객의 △위치 정보 △친구 정보 △좋아요 정보 등이다. 이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며 “이번 사태로 신뢰를 저버렸다. 당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되는 상황이다. 

구글 역시 지난해 10월 자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구글플러스 회원 50만명의 정보를 유출시켜 문제가 됐다. 구글플러스 계정으로 다른 서비스에 로그인하면 사용자의 △이름 △이메일 주소 △직업 △성별 △연령 등이 노출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구글은 유출 사고를 인지하고도 6개월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쁜 기억 지우개’ 측은 개인정보가 유출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제3자에 제공할 계획이 존재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9일 앱 내 게시한 사과문을 통해 “이번 사건으로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민 나눔 글은 개인이 아닌 국가 운영 기관의 통계 목적으로만 제공할 예정이었다. 지금까지 ‘나쁜 기억 지우개’에 게시된 어떠한 개인 정보도 유출되거나 제공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방통위는 이번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나쁜 기억 지우개’에 대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명시적인 동의 없는 개인정보 및 위치정보의 수집, 이용자 정보의 제3자 제공 등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면밀하게 조사, 위반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정하게 행정처분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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